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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동작구' 쇼다운 에이스'이종경,세계를 제패하다...사상 첫 국제대회 金쾌거![취리히오픈 쇼다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1-27 15:34







출처=스위스 취리히 쇼다운 오픈 2022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쇼다운 국가대표' 이종경이 스위스 취리히 오픈에서 깜짝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종경은 16일 오후 5시(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쇼다운 오픈 남자부 결승에서 슬로바키아 에이스 스테판 마르신을 세트스코어 3대1(11-6, 11-13, 12-6, 11-3)로 돌려세우며 우승했다. 한국 쇼다운 역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이다.

이종경은 이번 대회 8강에서 프랑스의 피에르 베르트랑을 3대2(8-12, 11-8, 9-11, 11-9, 11-6)로, 4강에서 벨기에의 크리스토프 에일러스를 세트스코어 3대2(7-12, 12-10, 5-11, 12-9, 11-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첫 국제대회 출전에서 첫 결승행을 이룬 이종경은 패기만만했다. 첫 세트엔 다소 고전했다. 초반 실수 후 마르신이 연속 득점하며 0-6까지 밀렸다. 6-11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대접전이었다. 이종경이 초반 2연속 골로 4-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일진일퇴, 시소게임 속에 8-8, 10-10 타이가 이어졌다. 이종경이 실수를 범하며 10-11로 밀렸지만 곧바로 골을 넣으며 12-11로 승부를 뒤집었고, 마르신이 실수를 범하며 13-11, 2점차 승리를 완성했다. 세트스코어 1-1에서 맞은 3세트 이종경은 한 차례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마르신이 골을 성공시키며 5-6까지 추격했지만 이종경이 골에 성공하며 8-5로 앞섯고, 막판 연속골을 작렬시키며 12-6으로 완승했다. 마지막 4세트 우승을 향한 최후의 집중력이 빛났다. 4-3, 1점 앞선 상황에서 마르신이 3연속 폴트를 범하며 7-3으로 앞섰고, 이종경은 2연속 골에 성공하며 11-3으로 우승을 마무리했다. 우승 순간 이선영 코치, 동료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베테랑 유럽 에이스들을 줄줄이 꺾으며 기어이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종경과 함께 남자부 경기에 나선 김장훈이 8위에 올랐고, 여자부 장유경도 8위에 올라 출전선수 3명 모두 8강 이상에 오르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 나선 쇼다운 국대 3인은 모두 '시각장애인 스포츠 메카'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 쇼다운 동호회 '치고받고' 멤버들이다. 강윤택 센터장은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에는 2개의 쇼다운 전용구장이 있다. 동호인 ,선수들이 주말, 주중,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원도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개인 장비를 구입해가며 다들 피나는 연습을 했다"며 사상 첫 금메달 쾌거를 일군 선수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장유경 선수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센터에 와 새벽부터 아침까지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이종경 선수는 센터 내 강습회를 통해 입문해 센터 주말리그 마이너리그 우승을 거쳐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진입했던 선수인데 국제대회 첫 우승까지 해냈다"고 소개했다. '동작구 에이스'가 세계 무대를 제패하자 한밤 실시간 유튜브 중계로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치고받고' 동호회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장 센터장은 "유럽은 쇼다운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우리끼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세계랭킹도 없는 한국 선수들이 나와 유럽 선수들을 다 꺾고 우승해 현지에서도 난리가 났다. 우리 단톡방도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며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국내 쇼다운 시스템도 좀더 체계화되고,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쇼다운을 알게 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캐나다에서 고안된 쇼다운은 오락실에서 접해본 에어하키 게임과 유사하다. 금속배트로 상대편 골 포켓에 소리나는 금속공을 골인시켜 점수를 겨루는 경기다. 공을 배트로 쳐서 넣는 서브는 탁구처럼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본인 영역 벽면에 부딪친 후 테이블 중앙 투명 센터보드 스크린 밑을 통과시켜 넘겨야 한다. 각 선수는 2회 연속 서브를 넣을 수 있다. 1골에 2점, 공이 떠서 센터스크린에 부딪히거나, 테이블 밖으로 이탈하거나, 심판 허락 없이 눈에 쓴 고글을 건드리거나, 공을 잡고 2초 이상 지체하거나, 상대가 공 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하거나, 배트가 아닌 도구로 공을 건드리는 경우 상대에게 1점을 내주게 된다. 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2점 이상의 점수 차로 11점 이상 획득하면 승리하고, 3세트제로 진행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룰에 박진감 넘치는 게임으로 남녀노소, 장애-비장애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통합스포츠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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