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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16초! 좋아! 잘했어! 마지막 한번만 더!"
장애-비장애학생들이 함께하는 서울림운동회를 2주 앞둔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 방원중학교 체육관, 오전 7시30분부터 선생님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코트를 내달리는 아이들의 '높은음자리' 함성이 울려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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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중은 서울림운동회 정식 종목 중 '스태킹릴레이'와 '골밑슛 릴레이'를 택했다. 스태킹 릴레이는 장애학생 2명이 포함된 총 6명이 경기에 나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 시형, 은서, 상민, 종현, 윤경, 성우 6명이 줄지어 컵을 쌓았다 내리며 기록을 쟀다. 각자 '실수 없이' 20초 이내를 목표삼았다. 훈련은 언제나 실전처럼, 아이들은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타이머를 손에 든 김예나 체육교사가 매의 눈으로 각 선수의 기록을 체크했고, 김련구 특수교사가 화이트보드에 기록을 적으며 아이들의 파이팅을 독려했다. 마음 급한 아이들의 컵이 쓰러질 때마다 "괜찮아! 천천히! 더 정확하게!"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반 회장'이자 '에이스'인 성우가 15초를 기록하자 "오! 역시 에이스!" 탄성이 쏟아졌다. 5번의 전력질주, 아이들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원순임 특수실무사는 "오늘은 적게 한 편이다. 매일 10회 넘게 연습한다"고 귀띔했다. "원래 기록도 2분 초반인데… 오늘은 좀 늦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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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골밑슛 릴레이 실전 연습, 2분 2쿼터 경기로 쿼터별 골 성공횟수를 합산, 순위를 가리는 방식. 2분에 10개의 슈팅이 림을 꿰뚫자 김예나 체육교사가 "와! 신기록"이라며 활짝 웃었다.
'에이스'라는 칭찬에 성우는 "서울림운동회에 나가면 실수하지 않고 에이스의 몫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늘 2분에 10골 넣었으니 대회에 나가선 13골 이상 넣고 싶다"고 했다. 은서 역시 "참가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목표는 언제나 1등이다. 예나쌤이 말씀하신 목표, 15골까지도 가능할 것같다"고 했다. 상민, 성우와 한 반인 은서는 사회복지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장애인 친구들이 많다. "상민이는 같은 반이다. (최)종현이도 옆반이다. (문)윤경언니도 안다. 같이 운동해본 적은 처음이지만 똑같은 친구들이라 별다른 건 없다"고 했다. 막내 시형이는 "형, 누나들과 함께 운동회에 나가게 돼 엄청 기분 좋다"면서 서울림운동회가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의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종현, 윤경, 상민이는 "은서, 성우, 민준이와 함께 운동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면서 "목표는 내 순서에 골을 다 넣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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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무 잘해서 장애, 비장애 구분이 안된다', '장애학생이 못할 거란 생각 자체가 편견이었다'는 고백에 김련구 특수교사는 "최고의 칭찬"이라며 활짝 웃었다. "10월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했다. 처음엔 한 골도 못넣던 애들이 완전 달라졌다. 스태킹도 처음엔 다 넘어뜨렸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잘한다"고 흐뭇해 했다.
"서울림운동회가 제일 좋은 건 우리 아이들도 곁다리가 아니라 메인으로, 주인공으로 함께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매일 운동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밝아지고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서로 할 말도 많아졌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우린 이 과정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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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용 체육부장은 틈틈이, 기꺼이 원포인트 레슨을 자청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니까"라고 즉답했다. "교사가 있는 건 학생이 있어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힘이 나서 절로 즐겁게 하게 된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에게 방법을 조금만 알려주면 너무 잘 따라한다. 실력이 엄청 늘었다"며 남다른 보람을 전했다. "우리에겐 다 똑같은 학생이잖아요"라는 한마디가 귓전에 오래 맴돌았다.
특수반 아이들의 '인기쌤' 오세우 체육교사 역시 '서울리머'들에게 정성을 쏟는 이유에 대해 "다 똑같은 학생이니 그냥 똑같이 대할 뿐"이라고 했다. "체육시간, 시형이에게도 똑같이 시킨다. 잘 따라온다. 좀 느릴 순 있지만 그건 비장애학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울림운동회에서 긴장만 안하고 실력을 발휘하면 좋은 성적은 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 교사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고의 과정이 최고의 결과를 만드는 법. 선생님들의 사랑과 정성에, 아이들은 포기를 모르는 노력과 실력으로 답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특수교사와 체육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방원중은 이미 최고의 원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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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련구 교사는 "너무 고생하셨다"는 인사에 손사래쳤다. "내가 이 아이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며 웃었다. "육아휴직을 4년 하고 작년에 복직했는데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하면서 초임 때의 열정과 재미를 되찾았다. 교장, 교감 선생님과 체육선생님들, 학부모님들, 우리 아이들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고개 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영상편집=방원중 전성우 학생 아버지 전해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