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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가야죠" 반달눈웃음의 16세 반전승부사 김윤지,동하계체전 신인상 싹쓸이[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0-24 16:37 | 최종수정 2022-10-25 06:00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노르딕스키도, 수영도 더 잘하고 싶어요. 동·하계 패럴림픽 모두 나가고 싶어요."

장애인 스포츠 사상 최초로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전 신인상을 휩쓴 '앙팡테리블' 김윤지(16·서울 가재울고·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동하계 패럴림픽의 꿈을 노래했다. 김윤지는 24일 제42회 울산전국장애인체전 마지막날 신인선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회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반박불가' 후보답게 눈부신 레이스를 펼쳤다.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19~24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치러진 수영 종목에서 김윤지는 19일 여자계영 400m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20일 여자배영 100m S6 은메달, 21일 여자자유형 50m S6에서 43초73의 대회신기록으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22일 S6-7 등급 통합으로 치러진 자유형 100m에선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23일 마지막 레이스였던 혼성계영 200m 20포인트에선 2분52초97의 한국신기록으로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겨울 스키장에서 그러했듯 수영장에서도 김윤지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압도적인 레이스로 첫 가을체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출처=대한장애인체육회 SNS
2006년생 김윤지는 동·하계 스포츠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자타공인 한국 장애인체육의 미래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갖고 태어난 김윤지는 세 살 때부터 재활 수영으로 물살을 갈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영법을 배우기 시작, 대회 출전을 시작한 3학년 이후 매년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남다른 재능과 집중력으로 동계종목 스키에서도 재능을 드러내며 지난 2월 첫 출전한 제19회 동계체전에서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 크로스컨트리스키 3㎞·4.5㎞에서 언니들을 줄줄이 제치는, 압도적 레이스로 3관왕에 오르며 신인선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윤지는 공부도 운동도 야무지게 병행해온 학생선수다. 학기중엔 일주일에 3번 오후 7시부터 1시간씩 집 근처 마포 푸르메스포츠센터에서 물살을 가르고, 여름,겨울방학 땐 평창에서 스키 훈련을 한다. 김영덕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팀장은 "윤지가 집중력이 좋아서, 공부도 아주 잘한다"고 귀띔했다. 성적 이야기에 김윤지는 "중3 때 맘 잡고 공부해서 수학 빼고 올 100점 맞은 적이 있어요"라더니 "요즘은 그때만큼은 못해요"라며 손사래쳤다. 공부도 운동도 척척 해내는 '스마트걸' 김윤지는 "한체대 특수체육교육학과에 가서 특수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걸 좋아해서, 일단 운동선수로 열심히 활동한 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진제공=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선수로서 패럴림픽의 꿈을 묻자 환한 반달 눈웃음으로 답했다. "2028년 LA하계패럴림픽, 2026년 밀라노동계패럴림픽…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둘다 열심히 도전해보고 싶어요. 주위에서 큰 응원을 해주셔서 더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작년 도쿄올림픽 때 수영 황선우 선수 응원하면서 열심히 봤어요. 월드클래스시잖아요. 너무 잘하시더라고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경 너머 생글생글 반달 눈웃음은 천생 소녀인데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포기를 모르는 '독종' '철녀'로 변신한다. 공부만 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힘든 길을 택했지만 후회는 없다. "학기중에는 학교에, 방학중에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수영과 스키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다.

동·하계 신인선수상을 휩쓴 첫 체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자 더 좋은 선수를 꿈꾸게 하는 힘이 됐다. 김윤지는 "많은 분들이 생각지도 못한 큰 응원을 해주셨어요. 부담도 됐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라면서 "코치님들이 많이 가르쳐주셨고, 경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내년엔 더 열심히 해야죠"라며 눈을 반짝였다.


장애학생 또래 친구들에게도 스포츠의 길을 적극 권했다. "저희가 장애인체전이 아니면 평상시 비장애인과 함께 제대로 된 체육을 즐길 수 없잖아요"라더니 "저도 처음부터 선수를 하려고 수영을 시작한 건 아니거든요. 하다보니 재미있어져서,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했다. "일단 즐긴다는 마음으로 스포츠를 많이 접해보고 거기서 맞는다 싶으면 전문선수로도 많이 도전해보면 좋을 것같아요."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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