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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X장애인X사회적 약자 위해" '첫날의 약속' 지킨 김소영 서울시의원[위크엔드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6-30 17:00 | 최종수정 2022-07-01 10:27



'대한민국 여자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52)이 4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 의원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훈련중 사고로 1급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장애는 장애일 뿐, 그녀는 한순간도 멈춰서지 않았다. 1995년 25세 때 국내 최초로 중증장애인 스키캠프를 열었고, 2002년 혈혈단신 5년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상담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제업무 담당,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재활센터장으로 일했다. 2015년 '멘토' 이에리사 의원이 발의 통과시킨 체육유공자법에 힘입어 대한민국 체육유공자 1호로 선정됐고, 2018년엔 '올해의 장애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18년 6월, 서울시의원에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리고 그날 이후 4년이 흘렀다. 그녀는 체육인 특유의 뚝심, 장애 당사자의 진심, 세심한 공감으로 쉼없이 달렸다. 30일, 4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 의원은 "4년만에 뭔가 이루기엔 제약이 많았다. 소수당(민생당) 의원으로 고군분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가까이서 응원하고 도와주신 분들 덕에 잘 마무리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4년 임기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2019년 제100회 서울전국체전 때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축하서신을 받아 서울시에 전달한 일"을 꼽았다. "또 시의원들이 줄곧 개인 이메일을 써왔는데 내 제안으로 시의회 도메인이 들어간 '직장' 이메일 주소를 갖게 된 것도 소소하지만 보람 된 일"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에 들어와 나를 통해 의원님들과 직원들의 장애인 인식 개선이 이뤄진 것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장애인체육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한다"고 했다. "장애 이후 처음 스키를 타면서 인생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김 의원은 몸소 체득한 스포츠의 힘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애썼다. 장애-비장애학생의 '유니버설' 교육을 위해 포럼을 개최하고, 스키캠프, 스포츠클라이밍, 통합 운동회 등 관련 예산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의원은 "장애학생, 특히 어린 친구들이 스포츠 활동을 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재활운동이 아니라 장애 유·청소년 누구나 스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즐기는 스포츠' 환경에 대한 이야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통합체육 교육과 관련해 "서울시와 교육청의 협업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 수도 서울에 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체육정책이 없다는 점, 교육청의 장애학생 체육에 대한 현장 인식과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장애-비장애학생들의 첫 통합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서울림운동회'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갈 길이 멀지만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특수교육과가 생기면서 적극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예술 애호가다. 임기동안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도 수시로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했다. 서울시향 운영 정상화 문제에도 확고한 소신을 표했다. 지난해 8월엔 서울역사박물관에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선수단복 등 체조 국가대표 시절부터 간직해온 소장품 10점도 기증했고, 6월30일부터 시민들을 위한 상설전시가 시작됐다. 김 의원은 "스포츠와 예술은 모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라면서 "보편적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되기에 같한 관심을 기울였고, 전적으로 지원하고 관심을 갖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산책 중 덕수궁서 마주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의원님 더 오래 계셔야 하는데… 이제 우리 의원님 안계시면 어쩌죠"라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서울시장애인체육회장)이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 서울시의원이 임기 마지막 행사로 마련한 '김민지작품전'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선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 김소영 서울시의원, 김민지 작가, 함혜성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
6월 임기 마지막날까지 그녀는 쉬지 않았다. 지난 10일 제10대 서울시의회 마지막 정례회, 본회의장 로비에 서울 나래학교 출신 '뇌성마비 장애학생' 김민지 작품전을 기획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초대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마지막 조례 개정안도 통과됐다. '서울시 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조례' 제4조 4항에 '시장은 장애인의 체육시설 사용에 있어 다른 이용자에 비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제 5조의 2 '사용허가의 우선순위'에도 '장애인 장애인단체 장애인체육동호희의 체육활동 및 행사'가 명시됐다.


김소영 서울시의원이 6월 말 4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전영지 기자
"장애인과 체육,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던 첫날의 약속을 오롯히 지켜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의원은 "휠체어 여행을 하고 싶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도 찍고… 영상 편집도 배우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물론 장애인 스포츠 관련된 일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함께하게 될 것이다. 요즘 눈여겨 보는 '스마트'한 젊은 친구들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길이 끝난 그곳에서 그녀의 씩씩한 휠체어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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