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 예산도 30억원 자진삭감?" 재정당국 오더,尹인수위도 알고있나요[단독]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3-16 15:59 | 최종수정 2022-03-17 08:54


[패럴림픽] '잘 다녀왔습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해 장애인체육 예산 30억원을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보라.'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열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튿날인 15일,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정부로부터 이같은 통보를 받아들었다. 느닷없는 예산 절감 통보는 재정당국의 '오더'로부터 시작됐다.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즉시 기존(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 정부안과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방역지원금 추가 지원을 위해선 당장 19조2000억원의 급전이 필요한 상황. 재원 확보에 초비상이 걸린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이 각 부처를 통해 예산 조정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수십조 원에 달할 추가경정 예산 확보의 부담을 기존 예산 조정, 즉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절충하려는 상황. 전부처에 '자진삭감액'을 올리도록 했고, 각 부처는 국별, 기관별로 할당을 내렸으며, 주머니돈, 쌈짓돈까지 쥐어짜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에도 '30억원' 절감 미션이 하달됐다. 취재 결과 대한체육회의 경우 "금액 할당은 되지 않았지만 실집행률이 저조한 사업을 중심으로 금액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지 현황을 파악중"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2년 넘게 생계의 위협을 감내하고 고통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방역지원금 확대는 여야, 좌우를 떠나 분명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해야할 정책과제임에 틀림없다. 공약은 지켜져야 하고 예산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분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짐을 나눠져야 한다. 다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린 전부처, 산하기관에 대한 재정당국의 천편일률적인 예산 절감 '오더'는 단순히 수요조사 차원이라 하더라도 다분히 구시대적이고 일방향적이다. 자진삭감을 요구하기 전에 각 부처, 각 분야의 현실과 상황을 먼저 살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과 관련된 예산에 대해선 보다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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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서 2022년은 4년만에 돌아온 대단히 특별한 해다. 올림픽, 패럴림픽, 데플림픽, 월드컵, 장애인·비장애인아시안게임이 한해에 몰렸다.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해다.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세 속에 경기력 유지를 위한 훈련과 대회 출전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선수단 안전을 위한 코로나 방역 예산도 더 많이 투여돼야 한다.

코로나 시대, 전문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 학교체육 활성화는 국민 면역, 국민 체력 증진과도 직결된다. 윤 당선인이 "스포츠는 복지"라고 전언한 대로 '모두의 스포츠'를 위한 스포츠기본법이 본격 실행되는 첫해, 장애인, 비장애인, 전국민의 스포츠를 위한 지원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체육계가 입을 모아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해"라고 주장하는 합리적 이유다.

특히 장애인체육의 경우 더욱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5월 1~15일 브라질 카시아스두술에서 4년에 한번 열리는 청각장애인올림픽인 '데플림픽'이 열린다. 비행시간만 26~30시간,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은 낯선 남미 땅에서 청각장애인 국가대표들의 안전 보장과 소통 강화, 수어통역사 등 지원 인력 확보 등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국제대회 예산을 유지할 경우 고육지책, 생활체육 예산을 손대야 한다. 장애인 체육 저변 확대를 위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

2022년도 장애인체육 예산은 약 900억원이다. 이중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할당 받은 30억원은 총예산의 무려 3%에 달하는 큰 금액이지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정부 주요 사업 예산에서 30억원은 있는지 없는지 표시도 안날 '쌈짓돈'이다. 오죽하면 '더 줄일 데도 없는 장애인체육 예산까지 쥐어짠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짧은 시간에 할당량을 채워 보고하기 위해 현장은 난리가 났다. 지난해 불용 예산, 사업별 실집행률을 샅샅이 뒤져 부서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쥐어짜내고 있다.


코로나가 첫 창궐하던 재작년, 작년과 올해는 현장 분위기가 다르다. 한 장애인체육 관계자는 "지난해엔 코로나로 인해 대회와 전지훈련이 많이 취소되면서 쓰지 못한 불용 예산이 있었고, 50억원 이상을 반납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패럴림픽도 정상적으로 치렀고, 국제대회도 속속 개최되고 있다. 주요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올해는 '불용'보다는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데플림픽 등에 방역 예산도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체육계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당연히 내년 예산 조정을 예상했는데 올해 사업도 시작하기 전 당해년 예산을 줄이라는 데 놀랐다. 난감하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전했다. "솔직히 체육 예산은 티도 안나는 돈인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장의 이런 상황까지 속속들이 알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체육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예산을 쥐어짜는 것 역시 당선인이 바라는 바도, 인수위가 의도한 바도 아닐 것"이라면서 "조사 단계인 만큼 실행 단계에선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스포츠는 기세고, 선수는 사기를 먹고 산다. 황 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서 "올해 체육분야 예산이 1조7594억원에서 1조9303억원으로 9.7% 늘었다. 차별없는 스포츠 문화 속에서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더 행복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오영우 문체부 차관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 국가대표들을 향해 "여러분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최고의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체육인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2.1.25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25일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에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체육활동 지원"을 공약하면서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의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지도자와 프로그램, 시설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체육과 관련해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활용 가능한 사회통합적 '유니버설' 체육환경 구축"을 약속했다.

세상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어도 스포츠는 스포츠다. 스포츠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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