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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주행 없었다, 노선영,김보름에 300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2-16 19:15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강원도청)이 4년 전 '왕따 주행' 논란 후 선배 노선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평창올림픽 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왕따주행' 논란, 60만 명의 국민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서게 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예선 그날의 아픔이 4년만에 법정에서 재현됐다. 당시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등 3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하는 팀추월 종목에서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김보름과 박지우이 전력 질주하며 노선영 혼자 한참 뒤처진 채 들어온 장면이 논란이 됐다. 경기 직후 혼자 눈물을 흘리던 노선영의 모습,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가 논란을 부추겼고, 이후 노선영이 인터뷰를 통해 "김보름이 촌외에서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은 거세졌다. 김보름이 2019년 2월 자신의 SNS에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과 괴롭힘 부분에 대해 노선영의 대답을 듣고 싶다"는 글을 올린 후 '가혹행위·폭언으로 인한 피해와 각종 허위 인터뷰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고,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인 이날 첫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노선영의 방송 인터뷰로 피해를 봤다는 김보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노선영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에 따른 정신적 피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선수의 인터뷰 내용은 빙상경기연맹의 선수단 관리 등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는 한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인터뷰 가운데 일부 내용은 노 선수의 의견에 불과하고, 최초 인터뷰 이전에도 김 선수의 답변 태도로 왕따설이 이미 촉발된 상태이므로 노 선수의 인터뷰로 김 선수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평창올림픽 개최 전까지 이뤄진 국가대표 훈련 과정에서 노 선수가 후배인 김 선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욕설 등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노 선수는 김 선수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2017년 11∼12월 후배인 원고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세 차례 폭언,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11월 이전의 일들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3년 소멸 시효가 지나 손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선영 측은 "폭언·폭행이 있었다고 해도 불법행위의 소멸 시효가 완성됐고, 피고는 원고의 대학 4년 선배로 법적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는 정도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과 함께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문체부 특별감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평창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피고의 허위 인터뷰로 명예가 훼손됐는지에 대해서는, 원고가 피고를 소외시키고 종반부 갑자기 가속하는 비정상적인 주행으로 '왕따 주행'을 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특정감사 결과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 지었고 재판부 역시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2018년 5월 특별감사에서 대한체육회 영상분석실이 제공한 랩타임을 근거로 '왕따 주행'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김보름, 박지우의 종반부 구간 속도가 다른 구간 속도보다 특별히 빠르지도 않았으며, 노선영의 경우 4랩(1600m)까지 좋은 기록이었지만 4강 진입을 위해 초반 페이스를 높이면서 5랩 이후 체력이 떨어져 간격이 벌어진 후에는 공기저항까지 받게 돼 간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레이스 내용을 설명했다. "국내외 스피드스케이팀 팀추월 경기중 일부 선수가 뒤처지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미국여자대표팀 순위결정전, 2016년 세계선수권 러시아대표팀, 2017년 세계선수권 독일여자대표팀, 2017년 4차 월드컵 노르웨이남자대표팀의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뒤처진 노선영을 감안하지 않고 주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문가 자문의견을 첨부했다. 전문가들은 "체력이 떨어진 종반부에 선수가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이는 것은 어려우며 종반부에 간격이 벌어질 경우 각자 최선을 다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단축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무엇보다 이날 예선 기록인 3분3초76은 세 선수가 함께 탄 9차례 경기 가운데 3번째로 좋은 기록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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