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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킴이 한-일전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 4인조 '팀킴'은 14일 오후 9시5분(이하 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에서 일본에 10대5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너무나 중요했다.
패했다면, 한국의 4강 진출 확률은 확실히 떨어진다. 남은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의 경기를 모두 잡은 뒤 경쟁팀의 성적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최고의 화제를 모으는 경기였다. 게다가 힌일간의 특수한 정서까지 배경으로 깔린 민감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압도적 기량으로 일본을 완파했다. 9엔드가 끝나자 일본은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한일전 특유의 미묘한 신경전은 없었다. 오히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스킵 김은정은 "후지와사와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스킵이다. 침착하게 팀을 리드한다. 같은 스킵으로 상당히 좋게 보고 있다"고 했다.
상대를 확실히 '존중'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또, "후지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이래서"라고 말을 흐리며 웃기도 했다.
즉, 한국과 일본의 거친 라이벌 대결을 존중과 인정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요시다 치나미(서드)는 "회전이 너무 잘 먹히는 바람에 아이스 적응에서 어려웠다. 반면 상대 한국은 그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깔끔하게 한국의 경기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그랬다.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팀킴에 대해 일본 팀후지사와는 존중의 모습을 보였다.
준결승 엑스트라 엔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한 뒤 일본 스킵 후지사와는 8엔드 이후 자신의 퍼펙트한 경기력에도 "김은정의 마지막 샷이 이 경기 베스트 샷"이라고 극찬했고, 김은정 역시 "후지사와는 일본 최고의 스킵"이라고 했다.
즉, 전통적 한일전에서 보여주는 '상대를 무조건 넘어서야 한다'가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지만, 우리가 가진 경기력으로 상대를 넘어선다'는 의식이 여자 컬링 한일전에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무조건적 적대나 승부욕보다는 상대의 잘하는 점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여자 컬링 한-일전의 라이벌전. 팀킴과 팀후지사와는 한-일전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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