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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평창서 설상 첫 메달 역사 쓴 배추보이, 베이징에선 금빛으로 바꾼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2-07 10:20 | 최종수정 2022-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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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역사였다.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해 만든 눈썰매장에서 보드를 탔던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0.01초차로 제치고 결승에 오른 이상호는 스위스의 네빈 갈마리니에 0.43초 늦게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의존하던 한국 동계스포츠에 새로운 지평을 연 메달이었다.

2022년, 이상호는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한다.

사상 첫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상호는 8일(한국시각)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 파크에서 열리는 2022년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높다. 이상호는 이번 시즌 7차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한국 선수의 첫 FIS 월드컵 금메달이라는 뜻깊은 기록까지 추가했다. 이상호는 유럽의 내로라 하는 선수를 따돌리고 올 시즌 월드컵 종합 순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상호는 평창올림픽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2019년 12월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년 1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이상호는 2020~2021시즌 복귀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전지훈련도 치르지 못하는 등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도 1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2021~2022시즌, 부활에 성공했다. 두가지 승부수를 띄웠다.

먼저 스위스에서 강도 높은 전지 훈련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렸다. 올림픽을 겨냥해 보드도 교체했다. 베이징 슬로프가 평창 때보다 배치되는 기문 간격이 길어져 기존의 장비로는 턴 궤적 등을 맞추기 어려워지며, 기존보다 4㎝ 늘린 1m89의 보드로 교체했다. 이상호는 "4㎝가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체감속도나 회전 반경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 교체 이후 기문을 공략하기 쉬워졌다"며 "보드가 길어지고 타는 속도도 빨라진 만큼 그에 맞춰 체력도 더 필요했는데, 스위스에서 고산 훈련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상호의 주요 경쟁자로는 현재 월드컵 랭킹 2, 3위인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와 드미트리 로지노프(러시아)가 꼽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스노보드를 타고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 스노보드의 한 종목이다. 예선 성적을 토대로 본선 진출자 16명을 추리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일대일 맞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가린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0.01초 차로도 결과가 갈리고 변수도 많다. 하지만 이상호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평창때도, 지금도 모두 후회없이 100%로 준비했다"며 "이번 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각오는 지금까지 성적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처음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표팀 봉민호 감독은 "기량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이 올랐다. 월드컵 매 대회마다 예선은 항상 3위 이내였다. 어떤 선수와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문제는 마인드 컨트롤이다. 16강 토너먼트에서 욕심을 부리면서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심리 상담을 받았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전화나 영상을 통해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보이'는 지금껏 수많은 역사를 세웠던 것처럼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베이징(중국)=류동혁 기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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