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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의 무한도전" '서효원X실업2년차' 마사회 눈물우승하던 날[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1-23 16:48 | 최종수정 2022-01-24 08:02




서효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오늘 우리의 우승이 모든 선수들에게 '열심히 계속 하면 된다'는 희망과 용기를 줬으면 한다."

'여자탁구 레전드' 현정화 감독이 전통과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한 직후 세상의 모든 작은 팀, 선수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다.

한국마사회는 23일 오후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회 픽셀스코프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이하 종합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강호' 대한항공과 혈투 끝에 3대2로 승리했다. 한국마사회의 종합선수권 단체전 우승은 2006년 제60회 대회 우승 이후 무려 16년만이다.

'여자탁구 명가' 포스코에너지와 대한항공 틈바구니에서 한국마사회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마사회는 2020년 '예비 고3' 어린 선수들을 조기 스카우트해 팀을 리빌딩했다. '국대 수비 에이스' 서효원 외에 '신입' 최해은, 이다은, 안소연으로 팀을 꾸린 후 현 감독은 "잘 키워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내, 한국 여자탁구의 경쟁력을 키울 꿈을 품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필요한 어린 선수들에게 코로나 악재는 더욱 잔인했다. 국내외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제대로 된 실전도 치르지 못한 채 자신과 미래를 믿으며 오로지 훈련에만 매진해야 했다.


최해은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하지만 새해 종합선수권 무대, '탁구여제' 현정화의 정신을 물려받은 어린 후배들이 보란 듯이 일을 냈다. 예선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하더니 4강에서 국대 4명을 배출한 '최강' 포스코에너지를 3대1로 꺾었다. 2년차 최해은이 베테랑 양하은을 꺾으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결승선 '원팀'의 끈끈함이 빛났다. 제1복식 이다은-최해은조가 대한항공 강다연-김하영조를 2대0(13-11, 11-7)으로 잡아냈다. 이변의 서막이었다. 제2단식 에이스 대결, 서효원(한국마사회)이 '여자단식 우승자' 이은혜(대한항공)에게 0대3(8-11, 3-11, 8-11)으로 패했지만, 제3단식에서 '실업 2년차' 최해은이 '귀화 에이스' 김하영을 3대1(7-11, 11-9, 11-3, 11-4)로 꺾었다. 제4단식 이다은이 이은혜에게 0대3(10-12, 3-11, 8-11)으로 패한 후 마지막 5게임, '현정화의 애제자' 35세 베테랑 서효원이 대한항공 강다연과 혈투끝에 3대2(6-11, 11-4, 11-9, 9-11, 11-8)로 승리했다. 서효원이 매치포인트를 잡아내며 뜨겁게 환호하는 순간, 벤치 동료들이 코트 안으로 몰려들어 '투혼의 맏언니'를 얼싸안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 우승, 코트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기적 우승 앞에서도 '승부사' 현정화 감독은 덤덤했다. "우승할 거라 기대하지 못했다.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자는 생각만 했고, 그래서 난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해은이 김하영을 잡고나서 '우승'을 직감했다. 최해은은 매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효원도 틀림없이 마무리해줄 거라 믿었다. 다들 자신의 몫을 해줬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레전드 선배로서 현 감독은 "앞으로 더 좋은 선수들을 잘 키워내 한국 여자탁구가 세계 4강권, 메달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도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감격의 첫 우승 후 현 감독은 세상의 모든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의 우승이 세상의 모든 보통선수들에게 '열심히 간절하게 최선을 다해, 계속 하다 보면 된다'는 희망과 용기를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나도 오늘 우승을 통해 큰 용기를 얻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서효원이 마지막 5게임을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한국마사회 여자탁구단 선수들이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2010년, 2018년 종합선수권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주장 서효원은 "단체전 우승이 훨씬 더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포스코에너지와의 준결승, 대한항공과의 결승전 모두 전력에선 우리가 불리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했다. 감독님은 '최선만 다하라' 하셨지만 난 정말 간절했다. 늘 믿어주시는 현정화 감독님, 박상준, 김복래 코치님과 모든 선수들이 하나돼 이뤄낸 우승이 너무나 값지다"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막을 내린 종합선수권 남자단체전에선 '남자탁구 최강' 삼성생명이 보람할렐루야를 꺾고 3연패 위업을 썼다. 남녀 단식에선 '탁구천재' 조대성(삼성생명)과 '귀화 에이스' 이은혜(대한항공)가 나란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남자복식은 장우진-조승민(이상 국군체육부대)조, 여자복식은 양하은-유한나(이상 포스코에너지)조, 혼합복식은 조승민-양하은조가 우승했다.
제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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