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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포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2020년 11월 28일. 유영도(구미시청)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데뷔 15년 만에 거머쥔 장사 타이틀.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그는 "원래 장사에 오르면 하루 정도 기분 좋다고 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요. 너무 기다렸던 순간이라 오히려 무덤덤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연락이 많이 와요. 제가 늦게 장사를 해서 그런지 더 많이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유영도에게 씨름은 운명이었다. "아버지께서 아들 셋 중 한 명은 운동을 시키고 싶어 하셨어요. 형, 동생보다 제가 운동 신경이 좋았거든요. 제가 클럽 활동으로 씨름을 시작했죠. 그런데 선생님 한 분께서 본격적으로 씨름을 해보자고 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초등학교 4학년 때 샅바를 잡았다는 유영도는 성실하게 제 길을 걸어왔다. "슬럼프는 잘 하는 사람이 겪는 거잖아요. 저는 늘 도전하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방황한 적은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너무 힘들더라고요. 당시 어머니께서 '씨름으로 대학까지 왔는데 실업팀은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사실 어머니는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공부를 시키려고 하셨었거든요. 그런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라 마음을 다잡았죠."
제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장사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주변에서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못하냐'고 말씀하셨어요. 저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주시는 건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속상하기도 했어요. 장사는 꿈이라고 생각했죠"라고 돌아봤다.
포기는 없었다.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제가 아마추어 때 85㎏이었거든요. 태백급(80㎏ 이하)과 금강급(90㎏ 이하) 사이에서 어중간했죠. 태백급으로 4강은 계속 갔었는데, 고비를 넘지 못했어요. 그러던 때였어요. 2018년이었나. 김종화 감독님께서 '금강급으로 한 번 올려서 도전해보자'고 하셨어요. 금강급으로 도전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왔네요."
실업 데뷔 후 15년, 씨름 시작 후 26년. 간절히도 바랐던 장사 타이틀. 유영도에게는 내일을 향한 강한 원동력이다.
"장사에 오른 순간 가족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라고요. 힘들 때 부모님께서 저를 잡아주셨어요. 아내와 딸 하은이 생각이 많이 났죠. 주변에서 많이 기뻐해주셔서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 싶어 감사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장사에 오르지 못해 '마음고생 심했을 것'이라고 많이 말씀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포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선배들 보면서 열심히 했어요. 은퇴하는 그 날까지 늘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할겁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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