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5년 만에 오른 정상' 유영도 "조금 늦었죠,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11-30 06:30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유영도 장사와 딸, 아내. 사진제공=선수 본인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포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2020년 11월 28일. 유영도(구미시청)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유영도는 28일 경북 문경체육관에서 열린 2020년 위더스제약 민속씨름리그 5차 문경장사씨름대회 금강급(90㎏ 이하) 장사 결정전(5전3승제)에서 김기수(태안군청)를 3대1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6년 실업 무대 데뷔 후 이날 처음으로 황소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데뷔 15년 만에 거머쥔 장사 타이틀.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그는 "원래 장사에 오르면 하루 정도 기분 좋다고 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요. 너무 기다렸던 순간이라 오히려 무덤덤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연락이 많이 와요. 제가 늦게 장사를 해서 그런지 더 많이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유영도에게 씨름은 운명이었다. "아버지께서 아들 셋 중 한 명은 운동을 시키고 싶어 하셨어요. 형, 동생보다 제가 운동 신경이 좋았거든요. 제가 클럽 활동으로 씨름을 시작했죠. 그런데 선생님 한 분께서 본격적으로 씨름을 해보자고 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초등학교 4학년 때 샅바를 잡았다는 유영도는 성실하게 제 길을 걸어왔다. "슬럼프는 잘 하는 사람이 겪는 거잖아요. 저는 늘 도전하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방황한 적은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너무 힘들더라고요. 당시 어머니께서 '씨름으로 대학까지 왔는데 실업팀은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사실 어머니는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공부를 시키려고 하셨었거든요. 그런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라 마음을 다잡았죠."

제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장사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주변에서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못하냐'고 말씀하셨어요. 저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주시는 건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속상하기도 했어요. 장사는 꿈이라고 생각했죠"라고 돌아봤다.

포기는 없었다.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제가 아마추어 때 85㎏이었거든요. 태백급(80㎏ 이하)과 금강급(90㎏ 이하) 사이에서 어중간했죠. 태백급으로 4강은 계속 갔었는데, 고비를 넘지 못했어요. 그러던 때였어요. 2018년이었나. 김종화 감독님께서 '금강급으로 한 번 올려서 도전해보자'고 하셨어요. 금강급으로 도전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왔네요."


실업 데뷔 후 15년, 씨름 시작 후 26년. 간절히도 바랐던 장사 타이틀. 유영도에게는 내일을 향한 강한 원동력이다.

"장사에 오른 순간 가족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라고요. 힘들 때 부모님께서 저를 잡아주셨어요. 아내와 딸 하은이 생각이 많이 났죠. 주변에서 많이 기뻐해주셔서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 싶어 감사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장사에 오르지 못해 '마음고생 심했을 것'이라고 많이 말씀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포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선배들 보면서 열심히 했어요. 은퇴하는 그 날까지 늘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할겁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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