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혁신" 스포츠윤리센터, 장애인선수 인권전문팀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8-07 06:00


지난 5일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증을 통합했다. 장애인 선수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한장애인체육회 제육인지원센터가 발간한 '장애인스포츠 권익보호, 인권친화적 지도 매뉴얼'은 장애 유형별 ,선수들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혁신이어야 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출범식에서 한 말이다. 체육계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선수 인권보호 및 스포츠 비리 척결 기관을 출범하면서 체육인들을 배제하지 않고, 함께하는 혁신을 이뤄내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3~4항에 근거해 22억9000만원의 예산으로 출범한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 스포츠윤리센터는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했다. 체육계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서 스포츠계 인권 침해 및 비리에 대한 신고를 받고 조사하게 된다.

스포츠윤리센터로 모든 신고 기능이 통합되면서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인 장애인 선수들의 소외다. '상근' 센터 이사장과 25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작은 조직이 장애인, 비장애인 체육인 모두의 인권 문제를 세심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특화됐던 체육인지원센터의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아닐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장애인체육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폭력 및 학대 피해 경험은 무려 22.2%, 성폭력 피해 경험은 9.2%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한 이날 밤, 장애인 체육계의 가슴 아픈 사건이 재조명됐다. 이종성 의원(미래통합당)이 2017년 울산 지역에서 불거진 지적장애인 수영선수 폭행 의혹 사건을 공개했다. '운동하다가 죽을 것같아'라며 고통을 호소한 선수의 휴대폰 메시지도 공개됐다. 당시 지역 체육회 징계위원회에서 '허위제보'로 결론 내고 감독과 연맹 임원이 견책 처분을 받고 마무리된 사건은 현재 재판중이다. 이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최근 5년간 장애인체육회의 폭력, 성폭력 관련 징계 건수는 사격, 보치아, 댄스스포츠, 사이클, 수영, 조정, 스키 등의 종목에서 무려 20건에 달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업무를 개시한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이숙진 신임 이사장 및 직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새로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는 '반부패,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스포츠 비리조사실과, 인권침해 상담, 조사,지원 및 인권교육 및 홍보를 담당하는 스포츠인권진흥실로 나뉜다. 인권대응팀의 상담사는 3명뿐이고, 장애인 체육인을 위한 맞춤형 상담, 지원실은 없다. 장애인 선수들이 놓인 환경은 비장애인 선수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장애 유형도 시각, 청각, 지적, 지체 등 다양하고 인권 침해 및 폭력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장애인 체육에 대한 현장 경험과 이해도,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체육인지원센터가 발간한 '장애인스포츠 권익보호를 위한 인권친화적 지도 매뉴얼'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경우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만났을 때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인사하고, 출입할 때 인기척을 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엔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 비난 등 언어폭력이 발생하기 쉽다. 대화중 소외, 고립, 위축감 등 정서적 폭력도 자주 발생한다. 지적 장애인은 인지능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반말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기다려주는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휠체어에 앉거나 보장구를 만지면 안된다. 이들에겐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고자 할 때는 허락과 동의를 얻고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폭력, 성폭력에 유독 취약한 지적장애인 선수의 인권 문제는 전문가들도 절절맬 만큼 복잡다단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무엇보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 9층에 위치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장애인 선수들의 심적, 물리적 접근성 면에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의 장벽이 없다는 뜻)'하지 않다. 지방의 장애인 선수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이 있는 서울 스포츠윤리센터까지 지하철을 타고와, 충정로역 9층 빌딩을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선수들이 언제라도 편안하게 찾아와 기꺼이 마음을 열기 위한 인적,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일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출신 상담사 2명이 스포츠윤리센터 공채에 합격해 업무의 연계성 및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인력도, 연봉 등 처우도 턱없이 부족하다. 향후 지체 장애인 선수들이 접근성, 지적 장애인 선수 등 장애유형별 특수성을 고려한 장애인 선수들의 전담팀이 필요하다. 여성, 인권 전문가가 장애인 인권 전문가는 아닐 뿐 아니라 비장애인 체육 전문가가 장애인 체육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 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인권 매뉴얼, 지도자 매뉴얼도 널리 공유하고 배포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선수 인권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장애인 체육을 배제하지 않는,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장애인 선수들의 접근성 문제도 충분히 공감하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센터를 경상, 전라, 충청권 등 각 권역별로 설치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기획재정부와는 어느 정도 협의가 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으로 확장하는 것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실태를 살피고, 사례를 발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암행어사'와 같은 스포츠 인권관리관 제도도 도입했다. 인권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모니터링할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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