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폭언 끝없는 논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꼰대 문화' 병폐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썩어빠진 체육계 '탈탈' 털어서 정리 합시다.'

스포츠계의 '적폐청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대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최 선수는 감독과 동료, 팀 닥터 등에게 폭행과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핸드볼에서도 부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오영란 감독이 공금 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소속팀 인천시청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 그는 최근 소속팀에서 선수단 식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실 스포츠계 '갑질' 횡포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영웅 경북도청여자컬링팀(팀 킴)이 감독 등 지도자 가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도, 대한체육회가 합동으로 감사에 나서 제기된 의혹 대부분을 확인하고 경찰에 상금 횡령, 보조금 이중정산, 친인척 채용 비리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 밖에도 폭력, 폭언 등의 사건이 빈번히 발생했다. 그때마다 문체부 등은 비리 근절을 약속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구조적 문제가 있다. 축구, 야구 등 프로 종목은 일반 종목과 비교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갑질' 문화 바로잡기에 나섰다. 물론 아직 일부에서는 여전히 바뀌어야 할 부정적 문화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이 넓고, 연맹과 협회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며 개선하고 있다. 프로로 전환하면서 연공서열이 연봉 우선으로 바뀐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반면, 일반 종목은 아직 '그들만의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경주시청 출신 선수 2명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현역 시절 '꼰대문화'에 익숙해진 선수들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라떼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가 반기를 든다고 해도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히 없다.

악순환의 고리. 이른바 '꼰대문화'에 익숙한 선배나 지도자들은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최 선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해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사과할 일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민심이 단단히 뿔이 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썩은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여전히 폐쇄적인 종목이 있다. 구조적 취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생각의 전환을 이뤄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사회 변화 요구에 귀를 닫고 있으면 안 된다. 위기의식을 갖고 이번에야 말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가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