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체조부 55년만에 사라지나, '공부하는 선수' 어디로 가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2-18 06:00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55년 전통의 체조명가' 한양대학교 체조팀이 2013년 이후 7년만에 또다시 존폐 기로에 놓였다.

한양대는 2021년부터 체육부실에 소속된 체조부, 유도부, 육상부, 아이스하키부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장 내년부터 정상적인 팀 운영이 불가능해진 해당 종목 학부모, 지도자, 선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양대는 '공식 홈페이지 2021학년도 입학 전형계획안을 통해 4개부 신입생(11명)을 뽑지 않는다고 밝혔다'지만 지도자, 학부모들은 사전 논의없이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대로라면 정인근 한양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체조부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양대는 경희대, 한체대와 함께 한국 체조계를 이끄는 '대학 3강'이다. 1965년 창단됐고, 1982년 재창단된 후 40년 가까이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하며 30여 차례 국내대회 우승, 종별선수권 5연패 등 대학 명가의 전통을 이어왔다.

한양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입생 축소 기준은 인기종목, 비인기종목이 아닌 개인종목, 단체종목"이라면서 "개인 종목을 줄이고 단체종목을 유지하자는 방향이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단체종목보다 개인종목의 성격이 짙다. 또 축구, 야구에 비해 현재 운영대학수도 적어 리그 운영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번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2013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해온 과정이다. 향후 '재능우수자 체육 상장 전형'으로 진행돼온 학생부 수시 전형 11명의 자리를 정시 전형으로 돌려, 일반 체육 전공자를 더 뽑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의 신입생 선발 축소 결정과 관련해 비인기 종목 대학 체육부는 비상이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한양대의 결정은 다른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미노처럼 이어질 경우 엘리트 선수들의 대학 진학문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저변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체조계 관계자는 "7년 전 한차례 해체 위기를 맞았었다. 당시에는 학교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팀을 없애려 했었다. 특기자 장학금 전형을 없애고 똑같이 등록금을 내며 대학의 일원으로서 운동과 공부를 성실히 병행해왔다"면서 한양대의 일방적 결정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체조는 전통적으로 '공부하는 선수'들의 계보가 면면히 이어져온 종목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박종훈 관동대 교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 199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이주형 공주대 교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동화 충남대 교수 등 수많은 메달리스트 선배들이 선수 은퇴 후 공부에 매진해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중이다. 이들 중 이주형, 김동화 교수는 한양대 출신이다. 국제체조연맹 심판, 대한체조협회 임원으로 활약하며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는 하루 아침에 그저 구호나 선언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과도기에 알맞은 정책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많은 우수한 선수들이 대학을 포기한 채 실업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선 이미 진학 대신 실업행을 택하는 어린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미래의 체육인재가 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선수의 진로를 좁히고, 공부와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살펴야할 대목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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