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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조정경기장=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잘했어! 우리 아들." "장하다!"
가을하늘이 유난히 높푸르던 17일 오전 미사리 조정경기장, 3번 뱃머리가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하재헌 예비역 중사(25·SH공사)의 아버지 하대용씨와 어머니 김문자씨가 손을 흔들며 뜨겁게 환호했다.
1사단 수색대 하사로 근무하던 스물한 살의 하재헌은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북한이 숨겨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2016년 5월 수술후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조정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를 꿈꿨던 운동신경, 갑작스러운 사고와 19번의 전신마취에도 무너지지 않은 강인한 정신력,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 등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모두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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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체전을 앞두고 하재헌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사단, 경기도 소속으로 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첫 출전 때와는 달랐다. 북한이 도발한 지뢰 탓에 두 다리를 잃은 20대 청춘 하재헌에게 보훈처가 전상(전투중 부상)이 아닌 공상(업무수행중 부상) 판정을 내리며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억울함을 호소한 국민청원엔 일주일만에 2만여 명이 동의를 눌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훈처에 재심을 지시했고, 2일 재심에서 '전상'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일 국군의 날 공식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귀빈으로 초청된 '하 중사'를 포옹하며 아픔을 위로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10일 국감을 통해 "적이 설치한 폭발물 피해시 전상으로 처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장애인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시련을 물리친 도전의 아이콘' 하 중사는 최종 성화 주자로 나섰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에 출전한 자신의 주종목, 부담감을 이겨냈다. 5분20초12, '디펜딩챔피언'이자 '평창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리스트' 이종경(6분08초44)을 48초 이상 앞서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생애 첫 전국체전 금메달, 하 중사가 그제서야 비로소 미소를 지어보였다. "1등 못할까봐 걱정 했는데 1등 해서 한시름 놓았다"가 그의 금메달 일성이었다. "대회 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제, 오늘 기자분들도 많아서 부담감이 있었다. (이)종경이형이 비슷하게 따라와서 긴장했는데 차이가 벌어지면서 여유가 생겼다. 1등해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대표팀에서 훈련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2000m을 하다보니 1000m는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패럴림픽에서 맞붙게 된다면' '북한과 단일팀이 된다면 '등의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일절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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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매력을 묻자 표정이 환해졌다. "극한의 체력에서 오는 희열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조정은 기록 싸움이 아니라 순위 싸움이다. 그 레이스에서 1등 하더라도, 다음 시합에서는 또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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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애틋한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하는 부모님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정을 많이 반대하셨는데, 지금은 열렬히 응원해주신다. 늘 제 걱정을 하신다. 더는 걱정을 얹어드리지 않을 거라 약속드린다. 열심히 하는 모습,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미사리조정경기장=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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