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돌아온 유망주 김한슬. 그가 말한 2년의 공백기. 그리고 정찬성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10-01 10:46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잘생긴 격투기 선수 순위권에 언급될 정도로 멋진 외모와 훤칠한 키, 파이터답게 탄탄한 몸매의 외향. 그리고 사업 하시는 아버지의 지원,

UFC 출신 파이터들에게도 이기며 스폰서들의 도움도 많았고 선수가 귀한 웰터급(-77㎏)에서 5연승까지 내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스스로도 "자신감이 넘쳤고 교만했다"고 말한 20대의 말미. 그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 십자인대 부상, 소속 문제, 아버지의 사업 부도, 어머니의 사망 등이 겹치면서 공황장애와 조울증이 찾아왔다. 교제하던 이성마저 떠나갔다.

5연승을 내달리며 한국 격투기계의 '믿을맨'으로 손꼽히던 김한슬(29)이 2017년 12월 마지막 경기 이후 1년 10개월만에 더블지를 통해 돌아왔다. 교만했고, 유명세와 돈 버는 것만 바라봤던 예전의 김한슬은 더 이상 없다.

부상과 복잡했던 개인사를 딛고 돌아온 '우주대스타' 김한슬은 오는 10월 5일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리는 더블지FC 03에서 일본의 워독(WarDog) 챔피언인 마에다 마코토를 상대한다.

1년 10개월의 공백, 김한슬은 힘겨웠지만 버텨냈다

2017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피닉스FC 4에서 레바논의 모하마드 고라비(31)를 이기며 5연승을 내달린 김한슬에게 두려울 것은 없었다. 한국 격투기계는 김동현을 이을 웰터급의 인재가 나왔다는 것에 환호했고 그에겐 창창한 앞날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경기 후 훈련중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부상을 입었다. 재활기간만 1년이 걸리는 혹독한 부상으로 김한슬에게 강제 쉼표가 주어졌다. 모두들 그 부상만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김한슬은 "사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소속 문제와 아버지의 사업 부도, 어머니의 사망 등이 겹치며 정신적으로 크게 무너졌다. 공황장애와 조울증이 찾아왔고 그런 나를 연인도 더 함께하지 못했다"며 "정말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모든걸 놓고 술만 마셨고 선수에겐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재활마저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살기도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사실 김한슬은 뛰어난 외향과 5연승을 내달릴 정도로 실력도 갖췄으니 스폰서도 두둑했다. 거기에 일반적으로 파이터들이 '배고픈' 선수가 많지만 김한슬은 아버지가 사업을 해 모자라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스스로도 "여유가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남은건 결국 '사람'뿐이었다.

"다행히 저에겐 좋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힘든 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위로해주고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놓지 않을 수 있었죠. 그리고 몇몇 팬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요즘 왜 활동을 안하냐'와 같은 걱정도 해주시는데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죠."

김한슬은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웠고 자신이 어릴 때부터 존경해오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찾아간다.

'레전드' 정찬성 밑에서 인턴 생활중… 함께 있는것만으로 많이 배워

김한슬은 이번 10월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찬성이 운영하는 코리안좀비 체육관을 다니고 있다. 모든 격투기 선수들이 그렇지만 김한슬은 특히 정찬성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고.

"(정)찬성이 형이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옆에서 봐왔어요. 2년 사이에 삶에 많은 풍파가 있었기에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죠. 그때 찬성이 형이 생각났고 찾아가서 함께 운동하고 싶다고 했죠. 존경하는 사람 밑에서 꼭 한번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김한슬은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와 함께하니 같이 있는 것만으로 모든걸 배운다. 노하우와 기술은 물론 그 겸손함과 인간적인 자세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정찬성과 함께한 시간들을 말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함께 정찬성과 함께하며 배운 것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머리 움직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찬성이형이 냉정하게 '너 정도 실력이면 마이너 무대에서 괜찮지만 메이저에서는 힘들거다. 그 이유가 바로 머리 움직임에 있다. 머리 움직임은 필수 스킬이다'라고 정곡을 찔러주셨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집중 연습했고 카운터에 대해서도 새롭게 배웠다. 전반적인 경기 운영을 배웠고 일단 연습에서는 잘되는데 어서 실전에서 잘 먹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며 웃는 김한슬이었다.

현재 정찬성의 체육관에서 '인턴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한슬은 "많이 바뀐 김한슬을 지켜봐달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만만치 않은 日 단체 챔피언, 달라진 김한슬은 자신 있다

상대인 마에다 마코토는 나이는 적지 않지만(1977년생) 백전노장의 풍부한 경험과 일본 단체 워독의 챔피언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김한슬은 2년여 가까이 실전 무대에서 뛰지 못했기에 거리감이나 실전 감각을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적 관리를 위해서는 조금은 약한 상대를 원했을 수도 있지만 김한슬은 "전적관리용 매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한다. "당당하게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원해왔다"며 "한일관계도 좋지 못한데 이럴 때 이겨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게 스포츠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본다"며 전의를 다졌다.

김한슬은 "물론 예전에 UFC 출신 파이터들과도 싸워 이겨봤던 경험이 있기에 스스로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상성도 좋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유형의 파이터라고 본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겨서 지난 시련이 나에게 성장판이 됐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예전의 김한슬은 교만했고 아마 그렇게 쭉 잘됐다면 메이저 무대에 가서 살아남을 그릇이 안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아성찰을 한 김한슬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예전에는 돈만 생각하고, 유명해지고 싶다는 단순한 목표였다면 지금은 가족과 주변사람을 생각하며 목표가 뚜렷해졌다. 버티기 힘들었지만 버텨냈기에 향후 제 인생과 격투기 선수 생활에 추진력이 될거라 본다"고 했다.

"주무기 왼손 스트레이트는 이번에도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지난 아픔이 더 높이 뛰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신인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30대 아재가 됐네요. 그 시간이 주는 원숙미는 예전의 김한슬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고 10월 5일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더블지FC 03 대회를 통해 보여드릴게요."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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