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내달 학교체육 정상화와 관련한 2차 권고안을 준비중인 가운데 주요 내용에 대해 체육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혁신위는 스포츠계 폭력 및 성폭력 예방 및 징계를 위한 독립기구 설립을 골자로 한 1차 권고안을 제시했다. 스포츠계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수와 지도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독립 기구를 설립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제 관심은 곧 발표될 2차 권고안이다. 체육특기자 전형, 소년체전 개편,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일반학생들의 체육시간 등 우리 아이들의 삶과 꿈, 미래를 좌우할 학교체육의 핵심 정책이 모두 담겨 있다.
학생선수들의 공부할 권리,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말에만 대회에 참가하고, 주중대회는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초중고, 대학생 선수들 모두 주말에만 대회를 개최하고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의 경우 이미 주말리그가 성공적으로 정착됐다. 아이스하키, 야구 등 하루 1경기를 소화하거나 전용경기장이 있는 단체종목들도 가능하다. 문제는 3~7일간의 대회일정을 진행해온 대다수 아마추어, 개인 종목들이다. 4~6일 일정의 대회가 주말에만 치러질 경우 2~4주까지 연장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대회는 지방에서 열린다. 매주 교통비가 발생하고 장거리 이동, 안전부담도 커진다. 심판, 운영요원 수급 및 수당 지급 부담도 가중된다. '주52시간 노동' 시대에 주중 공부하고 주말 대회 뛰는 학생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대체 언제 쉬느냐"는 볼멘 소리도 흘러나온다. 운동하는 학생, 부모, 심판, 지도자들의 '주말이 없는' 삶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
한 종목의 사무처장은 "축구, 야구 등 단체종목은 하루 한 경기만 한다. 운동장만 있으면 특별한 시설도 필요치 않다. 주말리그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장비가 필요한 개인종목의 경우 시설 설치에만 수백, 수천만 원이 든다. 토-일 이틀안에 경기를 끝낼 수 없다. 결승전까지 2~4주가 걸린다. 매주 대관도 쉽지 않다. 또 아이들 이동, 숙박비용 등은 누가 다 감당하나. 주말마다 심판 수급도 쉽지 않다"라며 "종목 특성과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종목 관계자는 "국제대회를 나가야 랭킹포인트를 쌓고, 출전자격을 얻어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다. 국제대회를 나갈 경우 주중 대회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 종목의 경우 어린 유망주들이 자퇴를 고려중이다. 진천선수촌의 한 지도자는 "운동선수의 인권을 말하면서 운동선수의 꿈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혁신의 대의를 위해 비판보다는 지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당연히 체육계 혁신을 지지한다. 한국 체육생태계 개혁을 위한 스포츠혁신위의 노고와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한민국 체육은 더 투명해지고, 더 공정해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은 자유롭게 공부하고, 모든 학생들은 행복하게 운동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위가 스포츠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듯, 권고안도 과정이 중요하다. 체육의 가치, 학생선수 및 체육인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지 않은 정책은 안된다.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혁신위에 반대하는 것이 혁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체육인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이솝우화 '여우의 호리병'이다. 끝까지 소통하고 설득하고 토론하며 절충안을 찾아내야 한다. 현장 체육인들은 자신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에 배제된 것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간담회 내용이 권고안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 협회 관계자는 "방향을 다 정해놓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독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는 '1명의 우수한 학생선수보다 99명의 낙오되는 학생선수를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1명의 학생선수보다 99명의 일반학생을 위한 학교체육 정책' 역시 더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만큼 일반학생의 운동할 권리 역시 중요하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공개된 '스포츠 기본법' 초안에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는 영구제명 등의 처벌을 하거나 검찰 등 관계기관에 고발조치하여야 한다'는 강력한 제재 조항이 들어갔다. 주중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지도교사나 학교장을 문책한다면, 학교체육시간을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는 교사 역시 문책해야 옳다. 지난해 서울대 건강사회정책연구실 조사 결과 고등학교 체육수업 권장기준인 주 3시간을 지킨 학교는 25%에 그쳤다. 또 학생선수 역시 생애주기별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을 천편일률적인 국영수만으로 평가하고, '최저학력'이라는 반인권적인 단어로 낙인 찍어서는 안된다. 고등학교 이후는 꿈이요 진로다. 운동선수의 꿈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고등학생 선수에게는 운동역량을 키우는 진로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1명의 학생선수와 99명의 일반학생, 1명의 우수한 학생선수와 99명의 낙오되는 학생선수, 이중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공부할 권리와 운동할 자유를 함께 누릴 정책과 대안을 세심하게 제시해야 옳다. 그것이 '모두의 스포츠(Sports for all)'이고 스포츠 인권이다. '더디 가도 사람생각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가야할 길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삶과 꿈을 다루는 일이기에 더 신중하고 더 겸허해야 한다.
학교체육 정상화와 관련한 권고안에 정작 그 대상인 학생선수, 학부모, 지도자, 체육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일반학생들의 학교체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와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주중대회가 모두 사라지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희생자들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