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스포츠인권 방기한 정부-체육회" 혁신위,독립적 인권기구 설립 권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5-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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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어린 운동선수가 절대적 권한을 가진 코치로부터 상습적 신체 폭력과 성폭력을 겪는 동안 학교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기관, 회원종목단체와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과 책임을 가진 교육부와 문체부 등 정부 부처, 그리고 경찰,사법기구,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국가기구들은 무엇을 했는가.'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체육계에 첫 권고안을 제시했다.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인권, 체육, 시민단체 및 법조계 민간 전문가 15명과 문체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 정부부처 차관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권고에 앞서 정부의 통절한 반성을 촉구했다. '스포츠 인권 권고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 간 국민의 스포츠 인권 문제를 방기해온 국가의 책임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 보호 지원체계 확립과 정부 및 체육계 인권침해 대응시스템의 전면 혁신 권고'라는 긴 제목의 총 32페이지에 달하는 권고문 곳곳에서 혁신위는 스포츠 성폭력과 관련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엄중히 다뤘다.

'권위주의 정부 시기 구축된 국가주의, 승리지상주의적 스포츠 패러다임을 한 세대가 넘도록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규정했다. 스포츠 성폭력 가해자 조치 및 피해자 보호에 있어 1차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의 대응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를 관리 감독할 문체부의 기능과 역할, 피해자 대다수인 어린 학생을 보호하지 못한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도 반성과 책임을 촉구했다.

특히 혁신위는 '스포츠 현장의 인권 침해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자체적 혁신위 운영을 강조하면서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 대책 발표를 비난하고 KOC 자율성을 들어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포츠 분야의 인권침해 사건의 심각성을 볼때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대한체육회가 한해 예산의 약 95%에 해당하는 29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하나의 공공기관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 스포츠인권위원회도 성폭력 신고건수가 2016, 2017년 각 2건, 2018년 6건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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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혁신위 권고안의 핵심은 체육계 내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전문성, 신뢰성을 갖춘 '스포츠 인권 기구'의 설립이다. 장기적, 전략적, 통합적 관점에서 스포츠 분야 인권과 성평등 향상 활동을 추진할 별도 전담기구다. 체육계와 분리된 별도의 신고·접수·상담 시스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밀과 익명성을 보장하며 아동·장애인·여성 등을 위한 전문상담 창구를 개설하도록 했다. 스포츠 및 성평등, 인권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감수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상담하고, 경찰, 아동보호기관,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연계한다. 혁신위는 최근 미국 체조계 미투 사건 이후 미국올림픽위원회, 미국경기단체들과 분리돼 설립된 독립적 스포츠인권기구 '세이프 스포츠(Safe Sport)'의 사례에 주목했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오늘 1차 권고는 스포츠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인권시스템 전면 혁신에 대한 것이다. 이는 혁신위 출범의 직접적 요인이기도 하고, 체육계 성폭력과 인권 보장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 중 학교체육정상화에 대한 2차 권고, 상반기중 스포츠 선진화에 대한 3차 권고가 이어질 예정이다. 문 위원장은 "가해자 엄벌, 영구제명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아니다. 폭력, 성폭력 문제는 직접적으로는 개인의 일탈이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 인권기구 설립과 관련 문 위원장은 체육계와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피해자 인권 구제를 위해 체육계 내부와 거리를 둬야 한다. 그래야 익명성, 독립성이 보장된다"면서 "많은 피해 체육인들은 안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고 트라우마도 겪는 사례가 있었다. 스포츠계 내부 자기규제 원칙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스포츠계 내부와 분리된 범정부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은 혁신위가 발표한 권고 내용 이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9월까지 기구 설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연말까지는 법적 근거·인력·예산을 확보해 2020년부터 스포츠 인권 기구 설립 및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종합청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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