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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내년 전국체전에선 '인어공주' 김서영(25·경북도청)의 주종목 개인혼영을 못볼 수도 있겠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31일 대의원총회에서 전국종합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제29조 경기종목 규정을 개정했다. '8개 미만의 시도가 참가한 종목(세부종목 포함)은 그 다음해부터 시범종목으로 실시한다. 시범종목이 된 종목은 2년이 경과되어야 경기종목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 시범종목으로 실시중인 종목에 최고 5개 미만의 시도가 참가한 경우에는 시범종목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소위 체육'정책종목'에 대한 예외규정이 삭제됐다. 체육중고, 체육학과에서 정책적으로 육성중인 육상, 수영, 체조, 유도, 역도, 양궁, 사격, 레슬링, 복싱 등 9개 종목에 한해 '최소 5개 미만의 시도가 참가하면 정식종목으로 인정'해줬던 조항이 사라졌다. '타 종목과의 형평성, 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이유다. 단 올해 열리는 제100회 서울 체전에서는 상징성 및 종목 변경 혼선 우려 등을 감안해 예외를 적용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체전부터 8개 시도를 채우지 못하는 모든 종목들은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실전 감각을 이어가기 위한 대회도 많지 않은 데다 시도청 팀이 명예를 걸고 다투는 최고의 대회 체전에서 종목이 퇴출될 경우 타격은 매우 크다. 경기력 면에서 질적인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김서영의 스승인 김인균 경북도청 수영 감독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개인혼영 400m의 경우 4종목을 완주하는 선수 자체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5개 시도도 겨우 맞춰왔다. 8개 시도는 답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연재의 리듬체조 종목 역시 8개 시도를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 지역 쏠림 현상이 심한 종목이다. 학생선수들이 서울,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학팀도 세종대, 한체대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대학-일반부 대회는 충남, 전남, 부산 등 5개 시도 요건을 겨우 맞춰 치러졌다.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주니어, 시니어 선수 60여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손연재 키즈'들이 성장하면서 리듬체조의 저변은 넓어졌지만, 지도자 및 학교 편중으로 인한 지역 쏠림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체전기간에 맞춰 주민등록지를 옮기거나 '용병'을 긴급수혈하는 식의 편법으로 8개 시도를 어거지로 맞출 가능성이 높다. 체조계 관계자는 "체육회의 규정 변경 후 현장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체조협회 차원에서도 방법을 찾고 있지만,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을 직시했다.
한번 시범종목으로 퇴출되면 다시 정식종목이 되기 힘들다. 결국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만든 8개 시도 규정이 현실에선 무리수나 편법, 졸속 행정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종목별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종목별 특성을 감안한 특성화, 맞춤형 정책도 중요하다. 퇴출 종목이 늘어나고, 질적 하락이 이어지면 결국 '체전 무용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오늘도 훈련에 매진중인 김서영의 종목이 정작 국내 체전에선 사라질 수도 있다니 참으로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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