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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체육회,'고육지책' 혁신위원회 뜯어보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1-22 05:45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한체육회가 고육지책 끝에 21일 체육계 가혹행위 및 성 폭력 근절 대책 이행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8일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체육계 미투가 이어지면서 관리 감독 단체인 대한체육회는 궁지에 몰렸다. 국민적 공분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 스스로 국민들이 동의할 만한 근절 대책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후 체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이기흥 회장의 사퇴를 부르짖었다. 16일 문체부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 브리핑에서 오영우 체육국장 역시 "대한체육회의 책임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긍정했다. 국회에서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안팎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체육회는 이날 혁신위원회 설치 등 쇄신책을 발표했다. 임번장 서울대 명예교수(78)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한국 스포츠 사회학의 태두로 회자되는 임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한국체육학회장,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체육계 원로학자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체육 정책을 입안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스승이기도 하다.

혁신위원회는 조사, 제도개선, 인권보호 및 교육, 선수촌 혁신 4개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된다. 모두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 역시 소위원회별 위원장이 직접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한체육회 인사에 대한 불신, 더 이상 내부에 혁신과 쇄신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을 받아들였다. 제1소위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최종덕 전 서초경찰서장이다. 제2소위는 현행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제도개선을 담당한다. 위원장은 아직 미정이다.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정책에 정통한 A교수가 물망에 올라 있다. 인권보고 및 교육을 담당하는 3소위에는 박혜영 서울 해바라기 센터 부소장을, 선수촌 혁신을 담당하는 4소위에는 유승민 IOC위원을 위원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혁신위 인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난세에 외부 전문가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고사했다. 임 위원장과 각 소위 위원장들 역시 상당히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대부분 "체육회와 완전히 독립돼, 일체의 간섭 없이, 대한민국 체육의 혁신과 제도 개혁을 위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활동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직분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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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이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 대한체육회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뜯어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건' 후 처음으로 대한빙상연맹과 회장사였던 삼성, 전명규 전 부회장을 직겨냥했다. '조사위에서 대한빙상연맹의 폭력·성폭력 등의 비위를 포함해 파벌, 승부조작, 회계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대한빙상연맹은 1997년 박성인 삼성스포츠단 단장이 회장으로 부임한 후 김재열(전 제일모직 사장), 김상항(전 삼성생명 사장) 등 삼성이 회장사를 맡게 되면서부터 21년간 220억 원 가량을 빙상에 지원해왔다'고 상세히 설명한 후 '빙상은 동계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불렸지만 늘 코치와 선수, 선배와 후배 사이에 파벌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성폭력 사건과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다른 선수의 인권 유린 사례는 없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전명규 전 부회장을 비롯한 빙상연맹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회원단체 제명까지 염두에 두고 국가대표 선수 보호와 운영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는 강수까지 뒀다. '전 부회장과 친밀한 인사로 구성됐다는 의혹을 받은 관리단체, 빙상연맹관리위원회 역시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과 관련자를 엄정히 조사한 후 최악의 경우 '퇴출'까지 염두에 두면서 책임을 묻고, 꼬리를 잘라내고, 확실한 거리 두기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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