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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대한체육회장 사과문 발표, 취재진 100여명-체육연대 사퇴시위 '비상한 관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1-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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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잇달아 불거진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성폭력 및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를 앞두고 언론과 체육계, 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8일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만17세 때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이 13일 자신의 코치로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미디어 및 여성체육단체를 통해 선수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가운데 급기야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근절 대책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올림픽파크텔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오전 10시부터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체육인 연대 관계자들이 회의장 앞에 진을 쳤다. '사과와 약속 이전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기흥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올린 채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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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이사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새해 인사도, 안부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대의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일부 대의원들은 전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언급한 이후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책상 위에 놓여진 이사회 안건 자료만 응시했다.


이기흥 회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의사봉 두드리는 이기흥 회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체육계 성폭력' 사과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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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회의장에 들어섰다. 개회를 선언한 직후 모두발언을 통해 사과문과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며 훈련에 임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 체육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한체육회가 자정 기능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이 회장은 사과문 발표 중 세 차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회장 직속기구로 전문가,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피해선수에 대한 관리-보호 TF를 즉시 구성하여 무기명, 본인, 또는 제3자의 신고-접수 및 조사기능을 부여하여 조직적 은폐나 묵인 방조 시에 연맹을 즉시 퇴출시키고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빙상연맹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철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해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관리 감독의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시키는 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메달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제명하고 국내외 취업을 원천 차단해 가혹행위 및 성폭력 가해자가 국내외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정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12시 30분경 이사회가 끝난 직후 밖으로 나온 이 회장은 대기중이던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대답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체육회 수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 회장 스스로 사과문을 통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언급했다. 현장에서는 체육인들의 긴박한 위기 의식이 체감됐다.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체육인 스스로 국민이 동의할 만한 쇄신책"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다.
올림픽파크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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