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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21)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2연패를 거머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다. 보통 이런 업적을 남긴 선수들은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영웅'으로 대접받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심석희는 지금 '영웅'이 아닌 '폭행 및 성폭행 피해자'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분명 그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채 1년도 안 돼 자신이 누려야 할 모든 영예를 잃은 채 힘겨운 싸움을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자신을 쇼트트랙의 세계로 이끌었던 '스승' 조재범 전 코치가 휘두른 폭력을 참다 못해 세상에 털어놨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폭행 피해'까지 당했다고 입을 열었다. 아직 경찰 수사 단계지만, 이 일로 인해 그간 감춰져 왔던 체육계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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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심석희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그간 체육계 도처에서는 지도자나 선배에 의한 폭행이 상당히 넓은 폭으로 자행돼 왔다. 언론이나 시민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아마추어 종목일수록 이런 관행이 더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게 체육계의 분석이다. 또한 지도자와 선수가 소수로 묶여있는 개인 종목의 경우에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폐쇄적 도제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될 수 있다. 특정 지도자가 선수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전담해 가르쳐 오는 과정에서 굳건한 유대감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스승-제자'의 단계가 더욱 고착화 되면,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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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과 성폭력 문제는 특정 개인의 가치관이나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폐쇄적인 도제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 차관 역시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외부에서는 폭력이나 성폭력 문제에 관해 쉽게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제2의 심석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선수 육성 시스템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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