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스포츠클럽대회④배구]'최단신 에이스' '성악가 수비수' 편견타파 스파이크!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1-23 05:59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여고부 아름고(세종)와 제일여상(대구)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여고부 제일여상(대구)과의 경기를 마친 아름고(세종)선수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지난 17일,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 여자 중고등부 조별리그가 펼쳐진 완주 우석대학교 체육관.

세종시 대표로 대회에 참가한 아름고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3학년 1명, 2학년 5명, 1학년 4명 등 총 10명이 힘을 모아 일궈낸 '승리' 덕분이었다.

아름고 배구부는 2016년 개설된 '신생' 동아리다. 세종 지역에 고등학교가 많지 않아 개설 첫 해부터 전국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그동안 기쁨보다 아픔이 더 컸다. 실력 차이만 확인했다. 지난해에도 승리는 커녕, 단 한 세트도 이기지 못했다. 이를 악물었다.

오진우 선생님은 "아이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깨달은 것 같아요. 학생들끼리 시간표를 짜서 훈련을 했거든요. 이를 통해 실력 상승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배구 열정도 높아진 것 같아요"라고 칭찬했다.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여고부 아름고(세종)와 제일여상(대구)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를 마친 양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알에서 깨어난 아이들, 고정관념도 깼다!

'유일한' 수험생 (최)영주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팀에 합류했다. 후배들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수능 다음날 대회가 개막했어요. 참가 자체가 '무모한게 아닐까' 고민했죠. 하지만 제가 창단 멤버거든요.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는데, 후배들과 함께 승리도 하게 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영주는 고등학교 입학 후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을 했다. 이유가 있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체육을 좋아해서, 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정상 인문계 고등학교에 왔죠. 그래서인지 학교생활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배구부에 들어온 뒤 학교생활도 바뀌었어요. 이제는 꿈도 생겼죠. 경찰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 배구를 통해 고정관념까지 '확' 바꾸고 있다.

(안)예진이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배구의 재미에 푹 빠져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장래희망은 따로 있다. 바로 성악가다. 그는 음악 전공자로 음대 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운동하는 성악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성악을 전공하는 만큼 목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배구 경기에서는 큰 목소리로 소통을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러나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제가 재미를 느끼니 힘이 나거든요."

1m55. (김)예린이는 팀 내 최단신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입을 모아 '에이스'라고 부른다. 후배 (이)민형이는 "예린 언니가 배구하는 것을 보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물적인 감각으로 수비를 하거든요. 프로배구에서는 키가 중요하지만, 우리 동아리에서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키 작은 에이스' 예린이는 코트 위에서 그 누구보다 높게 뛰어 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꿈을 향해 점프한다. "중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에 와서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배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에요. 동료들과 함께 배구를 하는게 좋아요. 커서 소통할 수 있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요."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여중부 경상중(대구)와 동평중(울산)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제11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가 17일 전북 완주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여중부 경상중(대구)와 동평중(울산)의 경기가 펼쳐졌다. 공격을 성공하고 환호하는 동평중 선수들의 모습.
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7/
승자도 패자도 없다, 큰 틀의 축제의 장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배구대회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북 전주 일대에서 펼쳐졌다. 남녀 초중고 학생 총 1620명이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순수' 아마추어 동아리 학생들의 경기. 잇단 실수로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아이들은 벌떡 일어나 다시 공을 잡았다.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친구'이기도 한 이들은 코트 안에서는 양보 없는 승부를 펼쳤지만, 밖에서는 다 함께 뛰어 놀았다. 몸풀기를 하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공을 주워주고, 훈련 짝꿍이 돼 주기도 했다.

정기남 전북배구협회 전무이사는 "단순히 1등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배구에 대한 즐거움을 키워주는 행사, 일종의 축제"라고 설명했다.

박성웅 장학사 역시 "그동안은 승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참가에 중점을 뒀다. 팀 스포츠인 배구는 협동심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친목도 기를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아이들이 배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장 근처에는 통일 팔찌 만들기, 아트선풍기 제작 등 다양한 체험부스가 펼쳐져 있었다. 경기를 마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또 하나의 추억만들기에 동참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초등부 몇몇 선수는 엘리트 배구부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재미있어서 배구를 시작했던 아이들. 이 가운데 일부는 프로선수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꼭 프로선수가 아니어도 괜찮다. 아이들은 배구를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참가자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며 한없이 기뻐했다. 배구를 통해 하나가 된 커다란 '축제' 한마당이었다.

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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