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스포츠,스포츠를 통한 평화' 드림투게더 포럼,체육석학들의 대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1-02 09:29


'1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증진'을 주제로 열린 드림투게더 서울포럼 2018에서 파이잘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유승민 IOC위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를 위한 스포츠(Sport for Peace), 스포츠를 통한 평화(Peace through Sport).'

전세계 스포츠 석학, 스포츠 행정가들이 한목소리로 '평화를 위한 스포츠,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노래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단장 강준호 서울대 교수)은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드림투게더 서울포럼 2018'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사업단이 서울대 드림투게더마스터(Dream Together Master)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서울대 드림투게더마스터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오세아니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차세대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하는 국책사업이다. 2013년 이후 총 48개국 128명의 학생들이 서울대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증진(Sport for Peace)'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포럼은 최근 남북한 관계 개선 및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스포츠의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포럼 현장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조재기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박찬욱 서울대 총장 직무대리, 유승민 IOC위원 등이 함께했다.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패널들과 관계자들이 '손하트 포즈' 기념사진을 찍었다.


첫 순서로 IOC위원인 파이잘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평화증진 수단으로서의 스포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알 후세인 왕자는 "스포츠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결속하게 하고, 꿈을 꾸게 하고, 힘을 준다"며 스포츠의 힘을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를 이끈 평창동계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이 가까이 있다. 평창으로부터 평화와 희망이 전세계에 울려퍼졌다. 개막식 남북한의 동시입장을 보면서 불가능할 것같던 꿈이 현실이 됐다. 함께라는 꿈은 현실이 됐다"고 돌아봤다. "리는 인종, 종교, 정치 이데올로기가 다르지만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우리가 2018드림투게더 포럼의 테마인 스포츠와 평화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창설한 어린이, 미래 세대를 위한 '제너레이션 포 피스' 활동과 의미를 소개했다. "스포츠는 보편적인 언어다. 아이들 앞에 공을 놔두면 어떻게 할지 알려주지 않아도 공을 찬다. 인간의 본능, 본성이다. 또 모든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팀워크, 존중과 배려를 스포츠를 통해 배운다.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놀고 싶어하고, 스포츠를 좋아한다. 스포츠는 그래서 보편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는다. 전세계 모든 이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쳐주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스포츠는 영감이 된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스포츠는 시작점이 된다. 젊은이들의 손에 평화와 미래가 달려 있다. 함께 꿈을 꾼다면 할 수 있다. 단결, 진보, 평화를 이뤄낼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위원회, 조직들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더 나은 세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개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전했다.

알 후세인 왕자는 평창올림픽 북한의 참여,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된 과정도 소개했다. "IOC는 평창을 통해 단일팀을 만들 기회를 본 것같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의 첫 공동입장을 시작으로 평창에 남북단일팀이 오는 것을 서포트하는 것을 IOC는 기쁘게 생각한다. 바흐 IOC위원장도 그 부분을 돕고자 했다. 북한의 참여를 위해 노력했고, 스포츠의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이뤄내는 것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놀라운 부분 중 하나는 개막식에서 각국 선수들이 자신의 국기를 앞세우고 따라들어오지만, 폐막식에서는 모두 함께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올림픽의 중요한 부분이다. 나라를 대표해서 참가하지만, 헤어질 때는 세계를 대표해서 떠난다. 전세계 모든 이들이 함께 배우고, 함께 달리며, 우정과 존중을 배운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마이크 크로닌 보스턴 칼리지 아일랜드 교수는 '북아일랜드 종교분쟁과 스포츠의 역할'이라는 타이틀로 1960년대 말부터 이어진 북아일랜드 신구교간 종교 분쟁에서 스포츠가 갈등해소에 기여한 사례들을 발표했다.가톨릭의 상징 종목이 된 럭비와 기독교의 상징 종목이 된 축구의 분쟁, 웨인 매컬로, 제임스 매클레인, 로리 매킬로이 등 각 종목 선수들이 종교전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2023년 럭비월드컵 유치를 위해 하나가 된 사례를 소개했고, 종교를 떠나 원팀이 된 아이스하키팀 벨파스트 자이언트의 사례도 소개했다.



국제평화증진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평화그룹(International Group for Peace)의 베아트리즈 메히아 국장은 '콜롬비아 내전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증진'이라는 제하에 50여 년 동안 내전이 지속된 콜롬비아에서 스포츠가 평화에 기여한 사례를 소개했다. 국민 중 12%가 내전으로 희생되고, 1만8000명 학생이 징집됐으며, 52년 동안 26만 명의 희생자를 낸 내전은 2016년 말 종결됐다. 콜롬비아는 전투원을 스포츠 코치와 리더로 변화시켰다. 평화를 위한 스포츠 대회가 500개 이상 개최됐고, '평화의 리더'라는 타이틀의 코치 110명이 배출됐고, 유청소년 1만2000명이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60개 국경 지역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가 실현됐다.


맨프레드 레머 독일 쾰른체육대학 교수는 '독일통일과 스포츠의 역할'을 주제로 독일의 통일과정에 기여한 스포츠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레머 교수는 "40년간 독일도 분단돼 있었다. 스포츠를 통해 함께 하나의 독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데서 통일이 시작됐다. 통일이 스포츠를 통해 시작됐다. 하나의 독일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이 놓인 정치적 상황의 차이를 언급하며 "독일의 역사가 있지만 이것으로 미래를 성급하게 진단해서는 안된다. 한국과 독일은 아주 다르다. 국민정서도 다르다. 성급한 결론은 짓지 않았으면 한다"는 신중론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4개의 지역으로 나뉜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갈리고, 본과 베를린에 본부를 둔 2개의 국가대표팀으로 나뉘고, 국제대회에서 서로를 상대로 경쟁한 역사, 1990년 통일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원팀을 이룬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통일 전 우편 등을 통해 자유로이 소통하고, 중요 안건에 공동 대처했던 독일과 현재 한반도 상황은 다르다는 것을 거듭 전제했다. 레머 교수는 발표 직후 1990년 독일통일 역사의 현상, 베를린 장벽 한 조각을 강준호 단장에게 선물했다.

"한반도에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상징적으로 전했다.

나영일 서울대 교수는 '스포츠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남북한 평화증진을 위한 남북 스포츠 교류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평화의 과정과 분위기를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언급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 내용을 담은 이 선언에 대해 나 교수는 "된다면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2조 3800억원이 투자됐고, 33개의 경기장이 건설됐다. 평창올림픽에는 14조2천억 원이 투자됐고 1100만 명이 참가했다. 남북올림픽이 성사되면 북한에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가 들어가고, 1만 명 넘는 전세계 기자들이 들어갈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바뀌게 된다. 서울, 비무장지대, 평양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연결되는 마라톤도 가능해진다"며 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나 교수는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로 남북 체육이 가야할 길을 요약했다. "새가 알에서 깨나오려면 안에서 새끼가 쪼고, 밖에서 어미가 쪼는 행위가 함께 이뤄져야 이뤄진다.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기 위해서는 줄탁동시, 안팎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모나 모드 라잘리 말레이시아 유소년 체육부 차관은 '스포츠를 통한 다인종 국가의 통합'을 주제로 발제했다. 서울대 드림투게더마스터 프로그램 석사과정 후 현재 말레이시아 유소년 체육부 행정관으로 근무중인 놀카마룰 놀잠(Norkamarul Norzam) 졸업생도 연사로 나서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스포츠를 통해 인종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강준호 서울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평창올림픽 후 조성된 남북한 정세변화 속에서,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위한 길을 열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포럼"이라면서 "스포츠의 다양한 가치를 활용해 향후 한반도 평화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포럼의 의의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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