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계 미투' 피해자에 '가해성' 질문 논란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8-10-23 10:29


◇김성룡 9단.

한국기원이 '바둑계 미투'인 김성룡 전 9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에게 '가해성' 질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바둑계 미투'는 한국에서 활동해온 헝가리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가 2009년 6월5일 김 전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 4월 16일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2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이 사건과 관력해 작성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2018년 6월1일 작성)와 질의서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피해자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룡씨가 진술인(코세기 기사)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느냐" "진술인과 친구가 김성룡씨와 다음날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면, 진술인은 그 약속을 한 시점에 이미 김성룡씨 집에서 숙박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김성룡씨 집을 방문했던 진술인이 친구가 오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 등이다.

윤리위는 심지어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으로 디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 측 진술이 사실일 경우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김성룡이 즉각적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김성룡 측 주장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다"며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자다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코세기 기사는 "질의서와 보고서는 김 전 9단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김 전 9단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리위가 보고서를 재작성해야 한다. 현 위원들을 차기 윤리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프로기사 223명도 재작성 요청 서명에 이미 동참했다.

한편, 한국기원 측은 논란이 일자 "현재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보고서를 재작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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