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인터뷰]'13년만의 방북'현정화"27년전 '코리아'처럼 탁구 통한 남북평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9-17 10:59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단이 발표됐다.

16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체육 등 각계 방북 특별수행원 52명이 공개됐다. 이 중 체육 분야 인사는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1991년 일본 지바 '코리아' 우승 신화에 빛나는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 총감독,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박종아 등이다. 남북 평화의 상징적 종목인 탁구의 현정화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 방북이다. 2005년 6월 6·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때 민간 대표단 일원으로 평양을 찾았던 현 감독은 13년만에 다시 평양을 찾게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탁구 복식에서 양영자와 함께 금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여자탁구의 레전드' 현 감독이 서울올림픽 30주년을 맞는 뜻깊은 9월, 대통령 방북단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 감독은 "14일에 방북단에 들어가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와 상의후 결정했다"고 했다. "탁구가 남북평화의 상징적 종목이고, 제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선정된 것같다. 남북 평화를 위해 중요한 시기에 체육계를 대표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하게 된 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 감독은 1991년 일본 지바세계선수권에서 북측 리분희, 유순복 등과 함께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단일팀 사상 최초의 우승 신화를 썼다. 이후 탁구를 통한 남북 평화를 실천하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지난 2012년 남북 탁구단일팀의 40일을 다룬 영화 '코리아' 제작 당시 하지원, 배두나. 최윤영 한예리 등 배우들에게 직접 탁구를 가르치고, 현장을 고증하며 열정을 드러냈다. 2013년 영화 '코리아' 배우 및 스태프들과 함께 코리아탁구단을 만들고 직접 단장을 맡았다. 1991년 지바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그러했듯, '코리아탁구단'이 남북체육교류의 '홍보대사'가 되자고 독려했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비록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우리는 '남북교류, 남북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탁구팀'이라는 큰 꿈과 자부심,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자"고 했었다.


2018년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에서 27년만의 여자탁구 단일팀이 결성되던 역사적 현장에도 그녀는 함께했다. 탁구얼짱으로 유명한 '애제자' 서효원(한국마사회)이 리우올림픽 단식 동메달리스트인 북한 에이스 김송이 등과 단일팀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눈물도 흘렸다. 지난 7월 대전 코리아오픈 탁구 현장, 북측 에이스 차효심이 남측 에이스 장우진과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만찬장에서 현 감독은 차효심이 일본 지바선수권에서 함께 뛰었던 유순복 감독의 팀 소속이라는 사실에 반색했다. "효심이를 우리 팀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말로 애정을 드러냈다. 주정철 북한 탁구협회 서기장과도 선수 시절부터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무엇보다 이번 방북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은 '분희언니' 리분희와의 상봉 여부다. 1991년 지바에서 함께 우승하고 1993년 현 감독이 단식에서 우승했던 스웨덴 예테보리세계선수권 이후 25년간 만나지 못했다. 현 감독은 "나는 북한에 식구가 없는데도 늘 두고 온 식구가 있는 것만 같다. 이산가족같은 마음이다"라며 리분희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표했다. 한때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으로 일했던 리분희를 향해 인편을 통해 편지도 넣어보고, 장애인아시안게임, 세계탁구선수권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만날 날을 고대해왔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2020년 고향 부산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단일팀과 함께 1991년 지바 단일팀 멤버들의 재회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리분희와의 재회에 대한 질문에 현 감독은 "솔직히 1%도 안바라고 간다. 마음을 내려놓고 간다"고 했다. 수차례 만남이 불발되면서 간절함의 크기는 더 커졌지만, 기대는 내려놓으려 마음을 다잡고 있다. "정상회담이고, 중요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가 바라는 바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개인 자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방북단의 일원으로 체육과 탁구를 대표해 가는 자리다. 내 개인적인 바람보다 대의를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더욱 잘됐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남북평화를 위해 탁구와 스포츠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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