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공주'여서정 金뒤 대교 그림자 지원...기업 후원의 좋은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9-06 05:30



지난달 23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체조 도마 결승에서 '여홍철 딸' 여서정(16·경기체고)이 짜릿한 착지와 함께 '부전여전' 금메달을 확정짓던 순간, 누구보다 기뻐한 이가 있다.

전 대한체육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이다. 강 회장은 여서정의 금메달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금메달 즉시 축전을 띄워 열여섯 살 체조소녀의 분투와 쾌거를 축하했다. 강 회장은 2년 전 리우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세계청소년문화재단 꿈나무 인재육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초 종목 유망주 발굴 및 지원에 돌입했다. 리우 현장에서 체조, 육상, 수영에서 노골드에 그치고, 중국, 일본에게 줄줄이 밀리며 느낀 바가 컸다. "이대로는 안된다. 체조,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 지원할 만한 유망주 선수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AG 도마 금메달 여서정, 아버지의 길을 따라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홍철의 딸' 여서정, 아빠처럼 도마 금메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 회장은 이 무렵 가장 유력한 통합체육회장 후보였다. 국민생활체육회의 수장으로서 세계배드민턴연맹, 대교 여자축구단을 직접 운영한 노하우, 교육 전문기업의 CEO 경력 등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순실 정국의 혼돈 속 통합체육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그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련없이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평생을 바쳐온 선수와 스포츠를 향한 진심만큼은 흔들지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일이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이었다. 소리없이 묵묵히 해야할 일을 시작했다.

세계청소년문화재단을 통해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강 회장은 "육상, 수영, 체조 3종목에만 100여 개의 올림픽 메달이 걸려 있다. 기초 종목에 대한 후원 없이 다른 종목도 성장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한 기업이 기초 종목 꿈나무 한 명씩만 후원해도 엄청난 인재풀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누구보다 먼저 실천에 옮겼다. 2016년 9월, 중학생이던 '리틀 박태환'이라는 별명으로 기대를 모으던 서울대부설중 3학년 이호준과 경기체중 2학년이던 여서정에 대한 훈련비 후원을 결정했다. 2017년엔 '천재 육상소녀' 최희진(15·부원여중)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2년 후 자카르타, 믿는 만큼 잘 자라준 꿈나무들이 알찬 결실로 보답했다. 여서정이 여자체조에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32년만에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이호준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 자신의 주종목 자유형 200-400m에서 개인최고기록을 수립했다. 기업하는 보람, 선수 키우는 보람은 필시 이런 것일 것이다.

강 회장은 8일 경기도 청평마이다스호텔&리조트에 여서정과 이호준, 선수 가족들을 초청한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투혼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한다. 금메달리스트 여서정에게 1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선 이호준의 노력도 특별 장학금으로 치하할 계획이다. 저녁식사후에는 '피터팬, 그와 함께 꿈을 꾸다'라는 동화 콘서트를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관람한다. 피터팬처럼 거침없이 꿈을 향해 날아오르는 선수들, 피터팬에게 날개를 달아준 어른들이 함께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