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사격] 베트남 사격 영웅 호앙 쑤안 빈 "한국 감독님들이 우리를 바꾼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9-03 11:49


연합뉴스

"한국인 감독님들이 우리를 바꾸고 있다."

베트남엔 요즘 '한국 열풍'이 불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들며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전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박항서 매직'이 시작됐었다.

사실 베트남 스포츠에 한류 열풍이 먼저 분 건 2년 전이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메달이 나온 것. 베트남 역사상 올림픽 첫 메달이었는데 그것도 동메달도, 은메달도 아닌 금메달이었다.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의 호앙 쑤안 빈이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를 물리치고 1위 시상대에 섰다. 사격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베트남이었는데, 한국인 박충건 감독의 지도 하에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자, 박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박 감독은 "리우 올림픽 당시 베트남 정부는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기에 포상 제도나 계획도 없었다. 상상하는 이상의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공항에 장관이 나와 환영을 했고, 인파와 인터뷰 스케줄에 짐도 못찾고 헤어졌었다. 호앙 쑤안 빈은 포상금도 많이 받았다"고 돌이켰다.

박충건 감독과 호앙 쑤안 빈이 제5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창원을 찾았다. 호앙 쑤안 빈은 2일 열린 10m 공기권총 혼성 종목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6일 이 종목 개인전에서 입상에 도전한다. 다시 한 번 진종오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호앙 쑤안 빈은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내가 진종오와 함께 경기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당시 함께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하며 "올림픽 때 진종오와의 경기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도 같은 목표를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메달도 따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도 "진종오는 세계 사격의 레전드다. 리우 올림픽 때도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따라가자고만 생각했었다. 한국인 감독으로 한국 사격 발전을 위해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베트남이 이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베트남은 아직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이 없다.

박 감독은 최근 베트남에 불고 있는 한국 열풍에 대해 "올림픽 이후 스포츠와 한국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그게 최근 축구까지 연결된 것 같다. 교민들 말씀을 들으면 한국과 한국인은 경제적인 부분만 중요하게 여겨졌었는데, 스포츠를 통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더라. 우리 사격 대표팀만 해도 그렇다. 한국 식당에 가면 한국 사람들보다 김치를 더 많이 먹는다. 한국 TV 방송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어 "박항서 감독님과도 잘 지내고 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 당시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가하느라 휴대폰으로 틈틈이 경기 결과를 살폈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베트남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도 오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4월 열렸던 창원 월드컵 사격 대회 때도 대회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앙 쑤안 빈은 "박항서 감독님께서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 이는 우리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한국 감독님들이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방법으로 베트남 스포츠를 바꾸고 계신다. 지금은 베트남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이런 도움 속에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감독님은 훈련을 정말 많이 시키신다. 그리고 목표를 높게 설정하게 하신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기본부터 모두 다시 가르쳐야 했다. 심리적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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