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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스토리]"하늘의 어머니가 보셨다면..." '김서영 기적金' 이끈 김인균 감독 이야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5 07:32


김서영이 김인균 경북도청 감독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선 경북도청 코치, 김서영, 김인균 경북도청 감독, 안무진 트레이너. 하트 포즈를 해달라고 하자 김서영의 별명 "만두!"를 외치며 만두 포즈를 취했다.

"꿈이 현실이 되네요."

금메달을 걸고 풀 저편에서 걸어오는 김서영(24·경북도청)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경북도청 전담팀 김인균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감독과 이지선 코치, 안무진 트레이너가 일제히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수영장이 떠나가라 "와!" 뜨거운 함성을 울렸다. 김서영이 이제 막 딴 금메달을 들고 달려오더니 감독님의 목에 걸어준다. 친언니같은 이지선 코치, 유쾌하고 든든한 안무진 트레이너에게 번갈아 가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모습이 훈훈했다. 이들은 가족같은 '원팀'이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뼛속까지 수영인인 김 감독은 올해로 경북도청 감독 18년째다. 경북체고에서 코치를 하던 중 2002년에 '도청 감독' 발령을 받았다. 김서영의 재능을 아꼈던 그는 6년전 경기체고에 있던 그녀를 경북도청으로 스카우트했다. 개인혼영 에이스 남유선에 이어 '2인자'였던 김서영의 가능성에 인생을 걸었다. 2016년 김서영은 충북전국체전 4관왕에 오르며 체전MVP가 됐다. 김 감독은 경북도청과 체육회에 강력하게 건의해 2016년 말 경북도청내 김서영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었다. 경북도청에서 실업생활을 마무리한 믿음직한 애제자 이지선을 코치 삼았고, 국가대표팀 출신 안무진 트레이너가 합류했다. 1년 365일 김서영을 위해 사는 김서영 전담팀이다. 경북도청은 20년 가까이 한우물을 판 '천생 수영인' 김 감독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부터 1년 넘게 동고동락했다. 김서영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했다. 사비도 기꺼이 털었다. 김서영은 매 대회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서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팀"이라고 했다.

전담팀에 대한 김서영의 믿음은 확고했다. "선생님들은 제게 너무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 부담감은 전혀 없다. 같이 있어서 행복하고 힘이 되고 서로 의지하고 목표를 함께 하면서 서로 배운다"고 했다. "김 감독님은 정말 헌신적이시고 선수 중심으로 생각해주신다. 어떻게 하면 제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까만 고민하신다"고 했다. "이지선 코치님은 코치 이전에 함께 선수생활을 했고,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 언니다. 누구보다 저를 잘 알고, 같은 여자라서 의지가 된다. 수영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 늘 배운다. 안무진 선생님은 유쾌하고 따뜻하시다. 오늘도 시합 나가기 전에 옆에서 긴장하지 않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도움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나는 선생님 복이 많다. 내가 경북도청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신의 한수'였다"며 생긋 웃었다.

늘 맑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3일 김 감독은 칠순의 어머니와 갑작스레 이별했다. 자카르타로 가기 전, 1년 내내 한번도 제대로 쉬지 못한 안무진 트레이너 가족과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 어머니도, 가족들도 모처럼의 여행인데 즐겁게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천으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어떤 문자도 와 있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정말 보고 싶지 않았던 문자가 뜨더라." 아들은 결국 어머니의 임종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49재를 치른 이튿날, 김 감독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김서영의 도쿄오픈을 위해 출국했다. "제주여행 하루전 병원에서 어머니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그때 어머니는 떠날 것을 아셨던 것같다. 하늘의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꼭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 마지막 전지훈련을 한후 자카르타에 입성한 김 감독은 "서영이 페이스가 아주 좋습니다"라고 귀띔했다. "훈련이 잘됐고, 컨디션도 좋다. 심리적인 부분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해낼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자카르타 훈련장에선 개인혼영 200m 경기 전략을 이야기했다. "승부는 첫 접영-배영 100m에서 결정납니다. 무조건 59초대 초중반에 들어와야 합니다. 서영이가 선발전 때 처음으로 이 구간을 1분 이내에 끊었는데 그것보다 더 빨리 들어와야합니다. 오하시와 이 구간에서 1초 이상 이기면 이깁니다. 그렇게 되면 신기록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국체전, 대표선발전 등에서 한국신기록을 쓸 때마다 김 감독은 늘 "오늘 기록 나옵니다"라고 예고했었다. 그리고 그 예고는 어김없이 맞아떨어졌다. 과학적인 훈련으로 김서영의 심리, 체력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서영 전문가'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김 감독의 예언은 이번에도 보란듯이 적중했다. 레이스전 김 감독이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 김서영은 찍은 듯이 물살을 갈랐다. 평영 150m 구간에서 오하시보다 앞서서 턴할 때 김 감독은 금메달을 확신했다. 김 감독은 "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기전 늘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늘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늘 내가 한 만큼만 돌아왔습니다. 노력한 만큼 나오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라고 했다. '팀 김서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경북도청, 경북체육회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20년 가까이 체육의 가치를 알고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자체 수장이 바뀌면 실업팀부터 없애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아마추어 실업팀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지방체육이 한국체육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는 좋은 예가 되고 싶습니다."

'김서영 바보' 경북도청 전담팀의 최선을 다한 노력에 하늘이 응답했다. 김 감독의 꿈이 현실이 됐다. 자카르타에 온 이후 호텔방 침대에 태극기를 펼쳐놓았다. 부처님과 하늘의 어머니를 향해 날마다 기도를 올렸다. 기적같은 금메달을 따낸 후 김 감독은 말했다. "우리엄마가 이걸 보셨어야 되는데… 오늘 우리엄마 진짜 많이 찾았습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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