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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긴장을 하고 있다. 체조 중계를 하면서 이렇게 행복하기는 처음이다."
아시안게임 도전을 앞두고 여서정은 '부전여전'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의 딸로 주목받았다. 아시안게임 체조 미디어데이 인터뷰,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1994년 히로시마-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아버지 여홍철은 허허 웃었다. "그 말이 맞다. 나는 '가는 세월'이다. 이젠 내가 '여서정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
여서정이 금메달을 딸 경우, 대한민국 여자체조 도마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자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2년만의 금메달이 된다. 여 교수는 "여자체조는 1986년 이후 금메달이 없었다. 체조 역사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절제하고 단련해야하는 체조 선수의 길은 험난하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막내딸에게 체조를 시킨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시키지 않았다. 본인이 좋아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태릉에서 코치로 일할 때 자주 선수촌에 갔었다. 아이가 너무 잘 놀았다. 동작을 시키면 곧잘 따라했다. 시킬 마음은 없었는데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했다." 여서정의 어머니는 김채은 국가대표 전 코치다. 부모는 체조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 알기에 처음에 딸을 말렸다. "체조선수가 되면 운동도 힘들지만 먹는 걸 조절해야 한다. 그게 제일 힘들다. 집에 오면 하루에 1㎏이 쪄서 간다. 다음날 선수촌 들어가기 전에 또 1㎏을 뺀다. 한창 먹을 나이,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훈련도 해야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먹고 이중고"라며 안쓰러워 했다. "운동을 시키려고 했으면 더 일찍 시켰을 것이다. 중국선수들은 대여섯 살에 시작한다. 서정이는 아홉살에 시작했다. 늦은 편이다."
여서정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아버지의 기술 '여1'에서 180도를 덜 도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주인으로서 누구보다 이 기술을 잘 알지만 여 교수는 딸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 집에서 봐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선수에게 집은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있다. 집에서도 훈련을 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는 한다. 많이 묻지는 않더라. 가끔 딸이 답답할 때면 영상을 보내온다. 그럴 때는 의견을 이야기해준다"고 덧붙였다. .
생애 첫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대담하게 자신의 연기를 해내는 딸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나보다 낫다. 강심장이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선배로서 아버지로서 결전을 앞둔 딸을 향해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서정아, 항상 자기 기술을 믿어야 한다. 긴장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딸을 향해 응원의 하트를 발사하며 여 교수가 말했다. "딸이 큰 무대에 강하다. 강심장이다. 나보다 훨씬 낫다.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