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우리는 하나다]자카르타 北코리아하우스에 가보았습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2 05:20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그랑 멜리아 호텔에 위치한 북한 올림픽회관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0/

"지금 평양에 오신 겁니다. 반갑습니다. 환영합네다."

20일 오후 1시반, 북한 코리아하우스를 찾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그란멜리아 호텔 1층,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회관을 찾으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붉은 글씨' 플래카드를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남측 기자라고 했더니 반색한다. 자유로운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각, 북측 직원들이 냉면을 먹으려던 찰라였다. "우리도 냉면을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오늘 분량이 모두 다 끝났다고 한다. "아, 냉면 먹으러 왔는데" 아쉬운 표정을 짓자 "우리는 내일도 먹을 수 있으니 이거 드시라요" 쓱쓱 비비던 냉면을 밀어준다. "죄송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일없습네다, 일없습네다('괜찮다'는 뜻의 북한말)" 손사래 친다. 염치불구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평양에서 먹는 옥류관 냉면과 같은 맛이냐고 묻자 면에 정성스럽게 식초를 뿌려주던 안내원이 답한다. "평양 옥류관에 직접 와서 드시는 것이 훨씬 맛있습네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회관, 일명 '북한 코리아하우스'는 입소문을 타고 자카르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한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3당 간사인 박인숙(자유한국당) 손혜원, 이동섭 의원과 함께 "북한 코리아하우스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북측의 초청으로 이곳에서 옥류관식 냉면을 시식했는데 맛이 꽤 괜찮더라고 했다. 북한 올림픽회관 관계자는 "냉면을 하루 50인분씩 준비하는데 12시쯤 일찍 오시지 않으면 먹기 어렵다. 우리는 따로 이야기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고 많이 찾아오신다"며 웃었다.

현장에 머물던 1시간여 동안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북측 인사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한국 관계자, 현지 교민들이 많았다. 인공기 사이에 만들어놓은 포토존에서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흥미로워하는 모습이었다.

벽면에는 북한의 체육시설 사진과 역대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노력영웅' '인민체육인'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계순희(유도) 리세광 배길수(체조) 엄윤철(역도) 리금숙(여자축구)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본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최초의 남북단일팀을 결성해 우승컵을 들어올린 현정화 리분희 등의 코리아 탁구팀 흑백사진도 벽면 한켠에 걸려 있었다.

북한의 스포츠와 스포츠스타를 알리는 홍보관인 이곳은 외화벌이의 역할도 톡톡히 하는 모양새다. 북한 미술작품들과 홍삼, 화장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한다. 가격은 달러로 책정돼 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받는다.현장에서 작가가 방문객에게 보석이 반짝이는 '세퍼드' 초상화의 유래를 소개했다. "이 세퍼드 그림은 정주영 현대 아산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문하셨을 때 호텔에 걸려 있었던 그림입네다."

한켠에선 북한 만경대, 여명거리 등 명소의 풍경을 담은 사진, 그림, 만화, 그림책 등을 3~5달러에 판매한다. 개성 고려홍삼은 고가다. 20만원을 호가한다. 여성 직원에게 '남남북녀'를 언급하며 피부가 정말 좋다고 하자 "우리 금강산 인삼 화장품을 발라서 그렇습네다. 아주 피부에 좋습네다"라며 미소 짓는다. 벽면에 '조선의 이름난 금강산 개성 고려인삼 화장품'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운 '금강산 살결물'에 눈길이 갔다. 구입가능 여부를 묻자 "살결물은 21일부터 들어올 겁네다" 한다. 방문객들의 요청에 따라 대동강맥주과 소주도 21일부터 평양에서 공수해 들여올 계획이라고 했다.

이곳 북측 올림픽회관은 7명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북한올림픽위원회와 정부, 사업가 등이 함께 합작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아시안게임 최초의 코리아하우스를 기획하면서 남북 동시 운영을 추진했다. 남북 선수들이 자유로이 교류하는 쉼터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탓에 공동 코리아하우스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북측 관계자는 "우리는 4월에 이미 호텔 대관을 끝낸 상황이었다. 계약이 확정된 상황에서 파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4년 후 중국 항저우 대회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공동 진출도 하고 공동 입장도 했으니 앞으로 북과 남은 더욱 가까워 질 일만 남은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표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