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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유쾌한 도전' 女 레슬링, 언니들의 무한도전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8-17 12:08


사진제공=대한레슬링협회

132개.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레슬링에 쓸어 담은 메달 개수다. 한국은 그동안 레슬링에서만 금메달 52, 은메달 28, 동메달 52개를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전통의 효자 종목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여자 선수단이 따낸 메달은 많지 않다. 4년 전 안방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동메달 하나를 거머쥐는데 그쳤다. 남자 레슬링이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을 묶어 금메달 3, 은메달 3, 동메달 5개를 엮어냈던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이유가 있다. 한국은 여자 레슬링 후발 주자다. 여자 레슬링이 국제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당시 처음으로 팀을 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처음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선수층도 얇다. 대한레슬링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일반 및 중고대 선수까지 합쳐 177명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일찌감치 여자 종목을 도입한 일본 등 이웃 국가는 자타공인 여자 레슬링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당시 일본은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2017년 인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일본, 중국, 몽골 등이 고르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사실상 아시아가 여자 레슬링 최강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태극낭자에게 포기는 없다. 맏언니 황정원을 필두로 여자 레슬링 선수단 6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후회 없는 한 판을 다짐하며 결전의 땅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유쾌한 도전에 나서는 태극낭자.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정만큼은 지지 않는다.

62kg급 황정원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이다. 유도선수 출신 황정원은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줄곧 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코뼈, 무릎 인대 등 숱한 부상도 그의 레슬링 열정을 막지 못했다.

에이스 황은주(76kg급)는 두 개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2014년 인천에서 값진 동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한국 여자 레슬링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김형주(48kg급)가 따낸 은메달 이후 8년 동안 메달이 없었기 때문.


선수단을 이끄는 정순원 감독은 "여자부를 맡은 지 2년이 됐다.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많은 정이 들었다. 우리 선수들 메달 색을 떠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국민께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이 아닐지라도 열심히 훈련한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진심을 전했다.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태극낭자는 슬그머니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뒤섞인 눈물이었다. 그렇다. 승부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메달의 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기록이 전부가 아님을,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기억의 소중함을.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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