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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씨름-스타 탄생' 씨름, 부활의 희망을 쏘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6-22 05:59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IBK기업은행 2018년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이 펼쳐진 21일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 경기 시작 까지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체육관 안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에 밖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 팬만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큰 오산. 플래카드를 흔들며 파이팅을 외치는 대규모 응원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대한씨름협회가 주최하고 보은군씨름협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대회는 씨름의 날 행사를 겸해 펼쳐졌다. 2012년 우리의 전통 문화인 씨름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해 씨름진흥법이 시행된 후 씨름의 날로 정한 단오(음력 5월5일)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씨름 부흥을 위해, 몸무게는 줄이고 VAR 늘리고

'민족 전통 스포츠' 씨름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만기 강호동 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스타를 앞세워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잠들어 있던 씨름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실제 이번 대회에는 수천명의 관중이 경기장를 찾았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관중이 늘었다. 개회식 및 씨름의 날 기념식이 열린 18일에는 1640명, 한라장사를 뽑는 5일차에는 1800명, 백두장사가 탄생한 마지막 날에도 1700명 이상이 체육관을 메웠다.

이유가 있다. 옛 영광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팬들의 눈 높이에서 최신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는 씨름 인기 부활의 해법을 박진감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 기술씨름과 현장성을 강화했다.

꾸준히 체급 기준을 낮춰 기술씨름을 유도하고 있다. 백두급의 경우 150㎏, 145㎏, 140㎏으로 체중을 줄였다. 협회 관계자는 "체급이 높을수록 기술보다는 힘으로 경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목소리를 받아들여 기술씨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체급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판독(VAR)에도 변화를 줬다. 2011년 도입한 VAR은 그동안 비디오 판독관만 확인할 수 있었다. 팬에게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협회는 이를 즉시 수용, 이번 대회부터 경기장 브라운관을 통해 공개해 팬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이번 대회에는 대학 선수 출전도 허용해 더 많은 스타탄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생애 첫 백두장사에 오른 남영석. 제공=대한씨름협회

'생애 첫 장사' 새로운 스타의 탄생

씨름 부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바로 스타 탄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대회 마지막 날 '새로운 스타' 남영석(26·양평군청)이 탄생했다. 그는 '디펜딩 챔피언' 김 진(29·증평군청), '레전드' 장성복(38·양평군청) 등을 차례로 제압하고 생애 첫 '백두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그는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백두장사 의복을 갖춰 입은 자신의 모습을 어색해 했다. 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남영석은 "대진표를 보니 정말 쟁쟁한 선배들과 묶여 있었다. 목표는 8강이었다. 그런데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는 '롤 모델' 장성복 선배를 꺾었다.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 했다.

아픔을 딛고 획득한 '장사' 타이틀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샅바를 잡은 남영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허리를 다쳐 씨름을 그만둬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샅바를 잡았지만,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다. 늘 후보선수였다. 포기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차근차근 실력을 키운 남영석은 결국 프로 입단 4년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신택상 양평군청 감독은 "정말 성실한 선수다. 남영석의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한다. 그는 "목표는 4대 메이저 대회(단오, 설, 추석, 천하장사) 우승이다. 첫 단추를 채웠으니 이제 다음 우승을 향해 도전하고 싶다. 더 열심히 해서 우승은 물론, 씨름 부흥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씨름 인기 부활을 향한 새로운 출발. 협회와 선수가 한 마음으로 팬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보은=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IBK기업은행 2018년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 결과

남자부

태백장사(80㎏이하)=이광석(울산동구청)

금강장사(90㎏이하)=최정만(영암군민속씨름단)

한라장사(105㎏이하)=이주용(수원시청)

백두장사(140㎏이하)=남영석(양평군청)

여자부

매화장사(60㎏이하=이연우(안산시청)

국화장사(70㎏이하)=엄하진(구례군청)

무궁화장사(80㎏이하)=최희화(안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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