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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빙판메시'정승환,노르딕스키 전향 "도전은 계속된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5-28 05:30



'빙판 메시' 정승환(32)이 14년 정든 아이스링크를 떠난다.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철인의 종목' 노르딕스키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정승환은 "28일 소속팀 강원도청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평창패럴림픽 동메달을 따기까지 지난 14년간 모든 것을 쏟았다.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은 있지만 미련은 없다"고 했다.

정승환은 세계적인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도초도 출신인 그는 5세 때 집 앞 공사장에서 오른다리를 잃었다. 대학생 때 선배 이종경의 권유로 스틱을 잡은 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정승환의 이름 세 글자는 대한민국 장애인아이스하키의 역사가 됐다. 2009년, 2012년,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무려 세 차례나 최우수 공격수로 선정됐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정 '주목할 스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전종목을 통틀어 스타플레이어가 빅매치에서 극심한 견제와 부담감에 시달리며 고전하는 경우는 흔하다. 정승환은 달랐다. '안방' 평창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조별예선 체코전(3대2승)에서 연장 13초만에 기적의 극장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1대0승)에선 3피리어드 11분 42초, 질풍같은 드리블로 장동신의 짜릿한 결승골을 도우며 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이끌었다.

정승환은 "마음속으로 혼자서는 평창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평창패럴림픽 준결승에서 캐나다에 패한 후 누구보다 굵은 눈물을 쏟았던 것도, 3-4위전에서 진통제를 수없이 털어넣으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격수 '로켓맨'이라는 애칭과 함께 '월드클래스' 에이스로 인정받아온 정승환은 "박수 칠 때 떠나야죠"라며 싱긋 웃었다. 갑작스러운 은퇴에 팬들은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담담하다. "14년간 14번을 달고 아이스하키에 모든 것을 쏟았다.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았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더 늦기 전에 개인종목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평창패럴림픽 동메달 후 '7년 연인' 송현정씨(29)에게 프러포즈 했다. 간절했던 결혼 허락도 받아냈다. 12월 8일 결혼식을 앞두고 인생의 새 도전을 결심했다. '철인' 신의현(창성건설)이 평창패럴림픽에서 동계 첫 금메달 역사를 이룬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로의 전향을 택했다. 가볍고 날렵한 몸, 강인한 체력과 탁월한 근성을 지닌 정승환이 '철인의 종목'에 도전한다. "얼음 위에서 타던 썰매를 눈 위에서 탄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한쪽다리 절단장애이기 때문에 이 종목에 유리한 조건이라고는 볼 수 없다. 바닥과 몸이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이 종목의 세계적 선수들은 대부분 양다리 절단이 많다"고 귀띔했다.

최고의 순간, 보이는 '꽃길'을 마다하고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 도전을 결심했다. 정승환은 "신의현 형님께도 당연히 조언을 구했다.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다.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나는 또 도전할 것"이라고 눈을 빛냈다. '캡틴' 한민수는 "승환이는 체구는 작지만 그 체구의 몇배가 넘는 힘을 쓸 줄 안다. 그 체력과 노력, 정신력이라면 분명히 해낼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표했다.



개인종목으로의 전향은 공부와 운동의 밸런스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정승환은 평창패럴림픽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안팎으로 성장했다. 한국나이 서른셋,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후배들을 위한 장애인체육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생각이 또렷하다.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심리학 공부를 하고 싶다. 단체종목의 경우 개인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지금이 공부하기에도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격의 핵' 정승환, '수비의 핵' 한민수가 한꺼번에 떠난 자리, 장애인아이스하키의 미래를 걱정하자 정승환은 단호하게 고개 저었다.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떠날 수 있다. 우리 후배들을 믿고 떠난다"고 했다. "2006년 토리노패럴림픽 예선탈락 후 2018년 평창 동메달까지 무려 12년이 세월이 걸렸다. 후배들은 우리가 쌓아온 경험 위에서 출발하는 만큼 다시 궤도로 올라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든 링크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장애인아이스하키를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의정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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