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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평창올림픽에서 불거진 대한빙상연맹의 각종 의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이 23일 오전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감사결과와 상세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왕따주행' 논란, 60만 명의 국민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서게 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예선 경기는 핵심 감사 사안이었다.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등 3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하는 종목에서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김보름과 박지우이 전력 질주하며 노선영 혼자 한참 뒤처진 채 들어온 장면이 논란이 됐다. 경기 직후 혼자 눈물을 흘리던 노선영의 모습, 준결승 탈락 후 김보름의 인터뷰가 논란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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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왕따 주행 논란의 가장 큰 문제를 지도자-선수간 소통 부족으로 판단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이날 주행 순번은 총 4차례 논의로 결정됐다. 노선영은 당초 "마지막 바퀴 2번 주자가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경기 전날 박지우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을 찾아가 "좋은 기록을 위해서는 노선영이 3번 주자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백 전 감독은 "선수들끼리 합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주행순서에 대한 별도 논의를 하지 않았고, 백 감독이 경기 당일 워밍업 전에야 박지우의 제안에 대한 선수들에게 의견을 묻자 김보름과 노선영은 감독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박지우와 소통이 원활했던 박승희가 "마지막 주행에서 노선영 언니가 3번으로 가는 것을 우리가 합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설명했고, 김보름과 박지우는 괜찮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노선영 역시 컨디션에 확신이 없어 망설였지만 선배로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3번주자를 한번 해보겠다고 말해 주행 순번이 결정됐다.
문체부는 백 전 감독이 주행 순번에 대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결정을 미뤘다며 지도자의 '직무태만'을 지적했다. 또 백 감독이 논란 이후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경기 전날 찾아와 3번 주자로 타겠다고 말했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노선영의 경우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을 것을 걱정했다. 경기 직후 선수들을 챙기지 않는 지도자들에게 실망했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감독이 팀추월 예선 경기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다고 생각해 지도자와 연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던 작전이 실패함에 따라 발생했으며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나쁜 의도의 고의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직무태만'과 사회적 물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백 감독에 대한 징계 처분을 대한빙상연맹 측에 요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