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강등' 백지선호, 평창부터 월드챔피언십까지 '전성시대 1막'을 마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5-15 10:06



한국 아이스하키의 위대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랭킹 18위)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덴마크 헤르닝의 유스케 뱅크 복슨 링크에서 열린 노르웨이(9위)와의 2018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 B조 최종전에서 0대3로 패했다. 한국은 7전전패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잔류를 목표로 했던 한국에게 노르웨이전은 마지막 기회였다. 이전까지 6연패를 당했지만 노르웨이를 잡을 경우 잔류가 가능했다. 한국은 라트비아전에서 부상한 조민호(한라)를 투입하는 등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석연찮은 판정으로 선제골이 무효 판정을 받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경기 시작 50초만에 득점에 성공했지만, 피터 토레센 노르웨이 감독의 이의 제기가 이어졌고, 박우상의 골리 인터피어런스(공격수가 골 크리스 안에서 상대 골리의 정상적인 수비를 방해했다는 판정)가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박우상이 넘어지는 과정에 있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판정이었다.

초반 기세를 올리던 한국은 득점에 실패하며 분위기를 내줬고, 페널티로 인한 숫적 열세 상황에서 거푸 실점하며 고배를 마셨다. 2피리어드까지 한골만 내주며 선전하던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 계속된 페널티로 무너졌다. 결국 2골을 더 내주며 완패를 당했다.

결국 한국은 7연패로 강등이 확정됐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에 나섰다. 변방 중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꿈의 무대'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과거 쳐다보지도 못했던,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팀들과 한무대에 섰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당대 최고의 스타 코너 맥데이빗(캐나다), 최고 연봉자 패트릭 케인(미국), 84포인트를 올린 미코 란타넨(핀란드) 등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한국은 캐나다(1위), 핀란드(4위), 미국(6위), 독일(7위), 노르웨이(9위), 라트비아(13위), 덴마크(14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쉬운 미션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기적이 필요했다. IIHF가 현재와 같은 형태의 승강제를 확정한 2012년 이후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이 월드챔피언십에서 살아남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은 그나마 과거 맞붙어본 경험이 있던 덴마크, 노르웨이전 승리를 현실적인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역시 세계의 벽은 높았다. 기본적인 실력차가 워낙 컸다. 빡빡한 일정 속 강호들과 연이어 맞붙다보니 체력도 부담이었다. 게다가 부상선수까지 속출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백지선호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강등이었다. 기적을 노래하기에는 수준차가 너무 컸다. 한국은 결국 7경기 동안 4득점-48실점, 7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첫 월드챔피언십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국 아이스하키의 첫번째 전성시대도 마무리했다. 백지선호는 올해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월드챔피언십까지 그동안 겪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이어갔다. 우리 스스로 간 길이었기에 의미가 컸고, 포기않고 격차를 줄여갔기에 더 의미가 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변 확대라는 확실한 과제를 안았다. 매 경기 비슷한 얼굴로 상대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밀렸을 뿐만 아니라, 전력 노출도 어쩔 수 없었다. 대표팀 풀을 늘리기 위해서는 역시 저변을 더 늘려야 한다.


디비전1 그룹A로 내려선 한국은 2019년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벨라루스(11위), 슬로베니아(15위), 카자흐스탄(16위), 헝가리(20위), 리투아니아(26위)를 상대로 월드챔피언십 재승격에 도전한다. 첫번째 전성시대를 마친 한국 아이스하키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도전이 시작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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