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토리]평창 그후 43일,도종환 장관과 패럴림픽 영웅들의 훈훈한 재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5-04 05:30


'빙판메시' 정승환이

출처=평창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정승환 SNS

'잠시 잠깐 소년의 마음으로 설렘.'

지난달 30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방문한 '빙판 메시' 정승환(32·강원도청)은 자신의 SNS에 책 사진을 올린 후 이렇게 썼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신의 저서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에 직접 서명을 한 후 선물로 건넸다. 정승환은 "장관님이 선수들마다 각기 다른 책, 다른 글귀를 적어주셨다. '시인' 장관님의 선물을 기다리는 동안 소년처럼 마음이 설레였다고 털어놨다.





이날 만남은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창 현장에서 불철주야 진심어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도 장관과 전병극 체육협력관, 용필성 장애인체육정책과장 등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면담 신청을 하면서 성사됐다. 3월18일 평창패럴림픽 폐회식 후 43일, 세종시 문체부 회의실에 그날의 영웅들이 집결했다. 장애인아이스하키 사상 첫 동메달 현장에서 눈물의 애국가로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 '캡틴' 한민수, 정승환,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역사를 쓴 '철인' 신의현, '크로스컨트리 1호 여신' 서보라미, '태극머리 스노보더' 박항승과 '평창 총감독' 정진완 이천훈련원장, '부단장' 최종길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 등이 함께했다.

서로를 향한 존경과 감사를 담아 추억이 담긴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은 훈훈했다. 최 회장은 도 장관에게 행운의 컬링스톤을 감사선물로 건넸다. 한민수와 정승환은 '도종환 장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정성스럽게 준비한 아이스하키 스틱을 선물했다.


'국민시인' 도 장관은 책 선물로 답했다. '정승환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자신의 시집과 저서에 일일이 따뜻한 문구를 새기고 정성스레 사인을 한 후 선수들에게 건넸다.

서로의 안부, 근황을 묻고 장애인체육의 현안, 가야할 길을 이야기하는 자리, 화기애애한 대화는 끊어질 줄을 몰랐다. 정승환은 "도 장관님께서 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고 했다. "실업팀 창단, 장애인아이스하키 전용링크, 체육관 건립 등 인프라가 우선돼야 하지만, 그에 따르는 생활체육, 지도자 프로그램들도 중요하다.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하고, 꿈나무 선수들을 키워내고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은퇴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고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미팅은 당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5시 20분경에서야 끝났다.

다음 일정을 위해 급히 이동하던 도 장관은 저녁 회식이 있다는 보고에 귀를 세웠다. "식사장소 알려주세요."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후 저녁식사 자리에 합류했다. 장관님의 '깜짝 등장'에 패럴림픽 영웅들이 환호했다. 정승환은 "바쁜 일정을 쪼개 회식 자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했다. 패럴림픽 이후 당장의 큰 변화는 없지만, 도 장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좋은 생각을 하고 계신 만큼 분명하고 꾸준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평창패럴림픽 이후 문체부 내 장애인정책과는 가장 바쁜 '핵심 부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2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직접 "패럴림픽을 계기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애인 체육 시설을 늘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 역시 매주 열리는 국실장 회의에서 장애인체육 활성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병극 체육협력관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릴레이 청책(聽策) 포럼'를 통해 장애인체육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장을 바꾸는 일에 모든 노력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장애인체육을 향한 진심과 노력은 이전과 분명 다르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 수영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용필성 장애인체육과장은 "장차관님, 체육협력관님 모두 장애인체육에 대해 같한 애정과 진심을 갖고 계신다. 요즘 정말 일할 맛이 난다. 업무도 많고 쉴새없이 바쁘지만 우리과 직원들 모두 신명나게 일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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