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아이언맨의 눈물, 최우수선수상 윤성빈 "나 말고 스켈레톤을 기억해달라"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3-22 05:20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제23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스켈레톤 윤성빈이 인사말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시상식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8.03.21.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시상식'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시상식이다. 윤성빈과 이승훈이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아이언맨 헬멧과 함께 포즈를 취한 윤성빈의 모습.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1/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제23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스켈레톤 윤성빈이 인사말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시상식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8.03.21.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 만이 아닌 이 종목을 오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이 최고의 상을 받아 기쁜 날 울었다. 그는 국내 최고 권위의 스포츠조선 제정 제23회 코카-콜라체육대상 최우수선수상을 받고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우수한 지도자인 이 용 감독님과 훌륭한 동료 봅슬레이팀 선수들이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소감을 다 말했다. 예전 신인상에 이어 오늘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두 상을 코카-콜라 체육대상에서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비인기인 스켈레톤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에…"라고 말한 뒤 울컥한 윤성빈은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긴 호흡을 한 후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 만이 아니라 이 종목을 오래 기억해주시기 바란다"며 소감을 마쳤다. 그는 2016년 제21회 코카-콜라체육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2년 만에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챔피언 이승훈(대한한공)과 함께 공동으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윤성빈은 2012년 신림고 3학년 때 낯선 스켈레톤을 시작, 6년 만에 올림픽 정상을 정복했다. '황제' 두쿠르스의 아성을 무너트린 그는 2월 16일 설날 아침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스켈레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문가들은 압도적인 윤성빈의 레이스에 찬사를 쏟아냈고, '이제 윤성빈의 시대가 열렸다'고 예언했다.

그렇지만 윤성빈은 세계를 정복한 자신 보다 한국 스켈레톤의 미래를 생각했다. 그는 스켈레톤 불모지에서 혜성 처럼 등장한 '용'이지만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다. 저변은 열악하고,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사후 활용 방안도 암울한 상황이다. 윤성빈의 금메달을 도운 이 용 총 감독(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최근 평창올림픽 이후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종목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관심 저하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이 용 총 감독은 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한국 스포츠의 현실은 비인기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금방 인기 종목으로 변신하기는 어렵다. 대중의 관심은 올림픽 이후 식기 마련이다. 윤성빈이 최고의 상을 받고도 흘린 눈물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그는 지난 6년 동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동료들과 함께 이겨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번 시작한 걸 끝장 보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고, 목표도 이뤘다. 그렇지만 생각 처럼 확 바뀌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윤성빈은 그동안 흘리지 않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날 시상식장(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엔 윤성빈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조영희씨)도 참석했다. 엄마는 아들의 갑작스런 눈물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래도 윤성빈은 우리에게 영원한 '아이언맨'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눈물을 멈춘 것도 아이언맨 헬멧이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아이언맨 헬맷을 받고서야 평정심을 되찾았다. 헬멧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을 뻗어 아이언맨 세리머니를 펼쳐보이며 강한 카리스마를 폭발시켰다.

이번 코카-콜라체육대상 시상식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과 체육계 귀빈들이 대거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1995년 탄생한 '코카-콜라체육대상'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시상식으로 그동안 다양한 종목에서 500여명의 선수, 지도자들을 격려해왔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윤성빈과 이승훈의 최우수선수상 공동 수상을 비롯, 평창올림픽 2관왕 최민정(쇼트트랙)과 스노보도 평행대회전 첫 은메달 이상호, 평창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이 우수선수상을, 평창올림픽 은메달 여자 컬링 대표팀(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과 은메달(4인승)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김동현 서영우 전정린 원윤종)이 우수단체상을, 평창올림픽 금메달 임효준(쇼트트랙) 안세현(수영)이 신인상 등 총 9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3000m계주 우승 주역 여자 쇼트트랙대표팀(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김예진)이 클린스포츠상, 감동의 은메달을 선사한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는 특별상을 받았다. 남북한 단일팀으로 화합의 모습을 보여준 새러 머리 감독과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겐 공로상이 돌아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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