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스토리]'소치30위→평창3위'김태윤, 절실함이 빚은 기적 레이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23 20:40 | 최종수정 2018-02-23 20:40



'1000m 에이스' 김태윤(24·서울시청)이 생애 두번째 올림픽에서 거침없는 폭풍질주로 꿈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년생 김태윤은 23일 오후 7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 나섰다. 15조 아웃코스에서 캐나다의 알렉상드르 생장과 맞붙었다. 앞조 14조의 오다 타쿠로(1분08초568)와 샤니 데이비스(1분08초78)가 1분08초대의 호기록으로 중간순위 1-2위에 오른 상황, 김태윤이 담담하게 스타트라인에 들어섰다. 안방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첫 200m를 16초39로 통과했다. 이후 600m구간을 41초36, 가장 빠른 기록으로 통과했다. 설마 했던 팬들의 함성이 강릉오벌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까지 폭풍 질주는 계속됐다. 1분08초2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다, 데이비스를 넘어 중간순위 1위를 꿰찬 후 김태윤을 만족스러운 듯 두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

남은 3조의 경기를 맘 졸이며 기다려야 했다. 16조에서 '500m 금메달리스트'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이 1분07초99로 김태윤을 앞섰다. 마지막 18조, '1500m 금메달리스트' 키엘트 누이스(네덜란드)가 로렌첸을 0.04초차로 누르고 1분07초95, 1위로 골인했다. 김태윤의 감격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누이스, 로렌첸에 이어 3위에 오른 후 김태윤이 뜨겁게 환호했다. 깜짝 동메달이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링크를 질주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길에 들어선 김태윤은 초중고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4년전 스물한살의 나이에 첫 출전한 소치올림픽 남자 1000m에선 30위를 기록했다. 1분10초81의 기록이었다. 김태윤은 이때를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로 꼽는다. "비록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이유다. 지난해 평창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진 종목별세계선수권에서도 13위(1분09초62)에 그쳤다.

평창올림픽 시즌 김태윤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10월,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 종목 1위로 평창행 티켓을 손에 넣고 활짝 웃었다. 안방 올림픽을 앞두고 "무조건 메달"을 다짐하며 훈련에 전념했다. 그러나 선발전 불과 이틀 후 지상훈련 중 넘어지며 무릎 인대를 다쳤다. 일주일 이상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고전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김태윤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소속팀 서울시청의 윤의중 감독이 말하는 김태윤의 장점은 200~600m 구간이다. "스타트 후 600m까지 기록은 세계 1~3위과 붙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대단히 뛰어나다. 오늘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꾸준히 구간속도를 유지해준다면 좋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하더라. 기대를 하고 있지만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남자 500m 차민규의 은메달, 남자 1500m 김민석의 동메달에 이어 김태윤이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깜짝 동메달을 선물했다.

성장을 다짐한 두번째 올림픽,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질주는 아름다웠다. 아직 스물넷의 전도양양한 레이서가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에서 기적같은 성장을 보여줬다. 세번째 올림픽, 베이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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