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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 쇼트트랙에 대한 기대가 컸다. '효자종목'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첫 금맛을 봤던 1992년 대회부터 지난 소치올림픽까지 총 21개의 금메달을 한국의 품에 안겨줬다.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도 "많은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일단 금메달 3개 정도를 생각한다"고 했다.
금메달 3개, 목표를 달성했다. 쇼트트랙의 몫을 해줬다. 하지만 선수들은 목표, 그 이상을 바라봤다. 22일 남자 500m, 여자 1000m, 남자 계주 5000m가 열렸다. '금메달 3개를 더 획득해보자.' 선수단의 다짐이었다. 야심차게 나섰지만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결선에 동반출전했던 황대헌(19·부흥고) 임효준은 각각 은, 동메달을 얻었다.
그리고 펼쳐진 여자 1000m. 한국의 금메달이 확실시되는 종목이었다. '두 개의 태양'이 결선에 떴다. 최민정과 심석희(21·한국체대). 둘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최정상급 스케이터로, 경기 전 외신들도 두 선수의 금메달 각축을 전망했을 만큼, 우세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레이스 중반 3, 4위로 주행하던 심석희 최민정은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둘이 치고 올라섰다. 하지만 동선이 겹쳤다. 앞으로 나가려던 최민정 심석희는 그만 서로에게 걸려 넘어지며 메달 꿈을 접었다. 최민정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몸이 좋지 않다"는 말만 남기고 빠져나갔다. 심석희는 "최민정이 부상을 했을까 걱정될 뿐"이라며 "그래도 여기까지 온 자신에게 고맙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잘 했다. 최선을 다 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 3개(최민정 2개, 임효준 1개), 은 1개(황대헌), 동 2개(임효준 1개, 서이라 1개)로 종목 1위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평창대회를 앞두고 선수들도 기대를 많이 했다. 국민들도 응원 많이 해줬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과정들은 아름다웠다. 선수들 대견하다. 충분히 우리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최강 효자종목이란 자부심이 컸다. 그 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 자신감도 있었다. '금메달 3개' 목표를 이뤘음에도 만족 보다는 아쉬움이 큰 이유다. 그래서 한국 쇼트트랙,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된다. 평창의 아쉬움을 딛고 내일의 이상을 꿈꾸는 여자 쇼트트랙의 '두 개의 태양' 최민정 심석희가 23일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지용 선수단장을 비롯, 김 감독과 김아랑(23·고양시청) 김예진(19·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도 함께 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최민정 다리 다친 것인가.
(최민정)어제 넘어지고 통증이 있지만 심하진 않다. 오늘 병원에서 정밀검사 받을 예정이다.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였나.
(김아랑)올림픽 준비하면서 스스로 마음가짐을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을 했다. 와서도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드리려고 편한 마음으로 했다. 즐길 수 있었다.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올림픽이 된 것 같다.
(김예진)첫 올림픽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려 응원해주신 분들도 많아 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심석희)올림픽 준비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다. 운동적인 것 뿐 아니라 올림픽 통해서 살아가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유빈)준비하면서도 많이 배웠고 올림픽에서도 많이 배웠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을 많이 했다.
(최민정)준비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그 만큼, 그 시간이 중요하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큰 대회를 자국에서 치르게 돼서 영광이라 생각했다. 최대한 준비를 해서 최대한을 보여줬기 때문에 성적이 아쉬울 때도, 좋을 때도 있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올림픽이었던 것 같다.
-김아랑, 맏언니 부담있었나.
(김아랑)맏언니여도 우리가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훈련할 때 언니라는 건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고 든든했다.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잘 알아서 동생들에게 내가 느꼈던 그런 든든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어려운 부분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내가 아니어도 석희 민정 둘 경험도 있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다 뭉쳐서 했기에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
-박세우 코치, 급하게 팀으로 왔다.
(박세우 코치)갑작스럽게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너무 기간이 촉박했다.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분명 있었다. 다행스러운건 경기 이사직 겸임하면서 여름 전지훈련, 1~4차 월드컵 다 지켜봤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봤다. 그렇게 했던 게 대표팀 갑자기 와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세계선수권이 남았기 때문에 선수들과 조율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됐는데.
(김아랑)선수 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관심, 응원 받는 건 당연하다. 그 응원에 보답해드려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냥 우리는 운동선수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운동을 묵묵히 하는 게 우리에게도 좋고 모두에게도 좋은 모습인 것 같다.
(김예진)많은 관심에 부담도 있었지만 언니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심석희)소치올림픽 이후 관심 받은 후 꾸준히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려왔다. 그 생각 변함없다. 선수들이 힘들게 노력하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주신다. 앞으로도 꾸준히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유빈)선수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사소한 것도 큰 힘이 된다. 응원 부탁드린다.
(최민정)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동계올림픽에서 성적을 많이 거둬서 기대감도 높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 올림픽 통해서 올림픽을 계기로 쇼트트랙을 알게되시는 분들이 많더라. 올림픽 통해서 쇼트트랙 알아주셔 4년이 아니라 매시합 관심이 높아질 수 있게 우리가 더 재미있는 경기 펼치겠다. 관심과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
-이번 대회에선 초반에 치고 나가는 게 트렌드였던 것 같은데.
(심석희)선수들의 전체적인 스피드가 올라가서 선두레이스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치열한 많은 상황들이 나왔다.
(최민정)트렌드라기 보다는 결선에서 경기할 때마다 각자 자신있는 기술을 쓴다. 트렌드인지는 잘 모르겠다. 석희 언니 말대로 속도가 올라오다 보니 앞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하다.
-심석희, 1500m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했는데.
(심석희)많은 일이 있긴 했다. 그냥 항상 오늘에 감사했다. 1500m 경기가 사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허망했다. 그럴 때 더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주신 것을 느꼈다.그래서 표정도 밝아진 것 같다.
-최민정, 마지막에 치고나가려는 주행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전관왕 놓친 것에 대한 생각.
(최민정)1000m의 경우 넘어지면서 끝나긴 했지만, 아쉽기 보다는 자신감이 생긴 경기였다. 변수가 있는 게 쇼트트랙이다. 결과에 대해서 아쉽지 않다.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경기 전 4관왕 언급이 많았다. 지금까지 내 경기를 보고 예상을 해주셨는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그래서 2관왕을 달성했다. 나는 솔직히 결과에 많이 만족한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심석희, 앞으로 살아가는 데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는 것 같은가.
(심석희)주위 분들, 팬들께 감사함이 너무 컸다. 사실 운동선수지만 그 전에 사람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내가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그래서 더 살아가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김아랑, 노란 리본 가린 것.
(김아랑)솔직히 리본에 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드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합 중 리본 때문에 화제가 될 줄 몰랐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 팽목항에 계신 분 연락이 어떻게 닿아서 연락이 왔다.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그 한 마디에 더 이상 그 리본에 대해서 내가 드릴 말씀도 없고, 그 한 마디로 더 큰 위로도 됐고 감사한 마음이 됐다. 올림픽 치르는 내내 잘 마무리했던 것 같다.(눈물)
-박세우 코치, 1000m 전략 아쉬움이 있었나. 외국 선수들의 급성장 대비책은.
(박세우 코치)우리는 서로가 다 노출된 상태다. 함께 훈련을 했다. 준결선부터 패턴이 같다. 네덜란드 선수도 일관됐다. 우리도 스타트에서 나중에 몇 바퀴 선두로 가는 유형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쳤을 때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타이밍이 겹쳤던 것 같다. 심석희도 초반 레이스 앞에서 잘 가다가 2명에게 선두 주면서 꼬인 게 있었다. 폰타나도 와일드하게 타는 부분도 있다. 아웃으로 밀려나가는 과정에서 최민정과 부딪혔다. 아쉽지만 경기의 한 부분이다. 선수들도 불만 없다.
-어떤 장면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은지.
(최민정)지금이야 끝난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지만, 500m가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시합 끝난지 얼마 안돼서 실감이 안난다. 500m가 제일 먼저 끝나서 그런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1500m 계주, 1000m도 소중하게 떠오를 것 같다.
(이유빈)계주 끝나고 심판 판정 기다리면서 서있었던 순간, 판정 순간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하다. 언니들이 소치 때 기분 느껴보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잘은 모르지만 조금은 느껴본 것 같다.
(심석희)준비하면서 힘들 때마다 지금 이렇게 힘들지만 나중에 늙어서 지금 올림픽을 되돌아 봤을 때 어떤 것으로 남을까 생각 많이 했다. 그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견뎌왔다. 올림픽 즐겁게 했다고 생각한다.
(김예진)계주 결선 때 민정 언니가 제일 먼저 통과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안될 것 같을 때 서로 해결하는 게 감동적이었다. 눈물이 많이 났다. 행복했다.
(김아랑)올림픽 개막하고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막상 올림픽 준비하는 기간 동안엔 소치 때 아쉬움을 씻기 위해 욕심도 있었다.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막상 시작 후엔 갑자기 드는 생각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하자였다. 지금 생각해도 메달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 남지 않는 경기했다고 생각한다. 값진 경험이었다.
-심석희-최민정, 불화설이 있었는데 서로의 장점과 개인적으로 미안했던 점.
(최민정)나라를 대표해서 출전을 하는데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말이 도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서로 같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달고 사명감으로 뛰는데 서로 사이가 안 좋거나,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가는데 같은 꿈을 이루려고 하는데 사이가 안 좋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석희 언니와 대화하면 서운한 부분있어도 이야기로 푼다. 이 자릴 빌어 말할 건 없다.
(심석희)많은 기대와 관심을 주셨다. 그 만큼 우선 그런 것을 떠나서 우리 말고도 5명의 선수가 같이 있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해왔다. 우리 둘 뿐만 아니라 우리 5명 모두가 우리나라 대표로서 멋있는 한 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김선태 감독, 언제 선수가 예뻐보였는지. 선수들은 감독이 언제 멋져 보였는지.
(김선태 감독)시간 관계상 선수별로는 어렵다.(웃음) 연습할 때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을 봐왔다. 땀 흘리는 모습이 가장 예뻤다. 계주에서 힘을 합쳐 금메달 따낸 것에 감정이 울컥했다. 그 순간 땀 흘리며 참아온 보답을 받았던 계주가 아름다웠다.
(김예진)스케이트만 타고 지시 않하고 했을 때가 멋지다.(웃음) 선수들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주셨다. 무민 닮았다고 하는데 정말 닮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