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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컬링(4인조)이 올림픽 두번째 도전 만에 4강(준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0일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7차전에서 미국을 잡고 6승1패로 남은 2경기(OAR, 덴마크) 결과에 상관없이 4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 준결승전 결과에 따라 올림픽 첫 메달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컬링은 역사가 짧다. 세계컬링연맹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컬링이 처음 시작한 게 1983년이다. 그리고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건 4년 전 2014년 소치대회였다. 당시 3승6패로 8위를 했다. 그때 국민들은 한국 여자 4인조의 경기를 보고 컬링의 매력을 사실상 처음 접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민들은 귀여운 소녀들의 빙판 위 당찬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냈고 '컬스데이(컬링+걸스데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다.
그 이전부터 한국 여자 컬링은 세계 무대를 노크하고 있었다. 비인기 스포츠로 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음지에서 묵묵히 세계 정상을 위해 한발짝 걸음을 옮겼다.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2년과 2014년 세계챔피언십에서 4위에 오르면서 세계 정상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도 늘 2%의 부족함 때문에 항상 배고팠다. 결정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승부처에서 패배를 맛보고 돌아섰다.
하지만 한국 여자 컬링은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에서 묵묵히 칼을 갈았다.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은 "우리 팀은 10년 동안 만들어진 팀이다. 4년 전 올림픽에선 실패했지만 그후로도 꾸준히 팀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도움을 준 가장 큰 조력자가 김경두 교수다. 한국 컬링의 대부로 불리는 김 교수는 김민정 감독의 부친이다. 김 감독은 인터뷰 때 아버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울컥해서 눈물을 보였다.
지금도 한국 컬링의 인프라는 열악하다. 인적 인프라는 얇다. 연맹에 등록된 총 팀 수는 초중고대학실업에 시도군청팀까지 다 합쳐도 171팀(남자 71팀, 여자 74팀, 믹스더블 26팀)이다. 등록 선수는 총 802명(남자 407명, 여자 395명)에 불과하다. 시설 인프라는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경기장은 전국에 4곳 뿐이다. 아직 일반인들이 컬링 경기를 직접 즐겨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성 마늘 소녀'들은 평창올림픽에서 컬링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한국 컬링은 이 분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유지하고 끌고 나갈 지가 중요하다. 4년 후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