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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한국은 변방 중 변방이었다. 올림픽은 남의 일 쯤으로만 생각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오륜기 아래 몸을 부딪힐 수 있는 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실이었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백 감독은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했다. 전술도 기초부터 시작했다. 세계최강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 감독은 눈을 확 낮췄다. 중요한 건 딱 두 가지. 기본, 그리고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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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년이 지났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백지선호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대회 2차전에선 개최국이자 '숙적' 일본을 4대1로 완파했다. 1982년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0대25로 완패한 뒤 34년 동안 1무19패에 그쳤던 한국은, 백 감독 부임 후 3전 전승을 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4월 우크라이나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A(2부 리그)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톱디비전행을 달성했다.
가파른 상승세 속에 '평창 메달의 꿈'도 슬쩍 그려보던 시점. 백지선호는 다시 한 번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다. 지난해 11월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세계적인 강호 덴마크(4대7), 오스트리아(3대8), 노르웨이(1대5)에 3연패를 당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은 더 처참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 이후 치러진 채널원컵에선 그나마 선전을 펼쳤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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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향한 4년 간의 노력. 이제 그 결실을 볼 때가 왔다. 5일 오후 9시1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체코와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체코는 세계랭킹 6위의 강호. 한국과의 격차는 크지만 최근 전력 공백이 생겼다. NHL 시절 피츠버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공격수 야로미르 야거가 불참한다. 이어 공격수 밀란 굴라스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백 감독은 "야거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뛴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한 뒤 "체코는 체격이 좋고 스피드, 기술이 뛰어난 팀이다. 안양 한라의 체코 출신 감독 패트릭 마트리텍 감독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 경기에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갈 것"이라고 했다.
체코전 후 백지선호는 스위스(7위)와 17일 격돌한다. 그리고 18일엔 '세계 최강' 캐나다와 격돌한다. 4년을 묵묵히 달려온 백지선호의 올림픽 도전이 드디어 시작된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