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평창]4년 간 땀 흘렸다, 백지선호의 올림픽 도전 시작된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07:29


10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30일 남겨두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백지선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0/

준비는 끝났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한국은 변방 중 변방이었다. 올림픽은 남의 일 쯤으로만 생각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오륜기 아래 몸을 부딪힐 수 있는 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실이었다.

워낙 약한 한국의 전력에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도 고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이지만 국제 경쟁력이 현저히 못 미쳤기 때문이다. 고심 끝 IIHF가 결정을 내렸다. 한국에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대폭 전력 강화를 요구했다. 골자는 귀화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코치 영입. 백지선 감독은 그렇게 2014년 7월 한국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백 감독은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했다. 전술도 기초부터 시작했다. 세계최강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 감독은 눈을 확 낮췄다. 중요한 건 딱 두 가지. 기본, 그리고 자신감이었다.


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그간 한국은 물러서는 하키만 했다. 세계랭킹 중하위권 팀을 만나도 위축된 플레이를 해왔다. 그러나 백 감독 부임 후 한국은 달라졌다. 뒷걸음 치지 않았다. 앞으로 나서니 선수들의 눈에 그 동안 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백지선호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대회 2차전에선 개최국이자 '숙적' 일본을 4대1로 완파했다. 1982년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0대25로 완패한 뒤 34년 동안 1무19패에 그쳤던 한국은, 백 감독 부임 후 3전 전승을 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4월 우크라이나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A(2부 리그)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톱디비전행을 달성했다.

가파른 상승세 속에 '평창 메달의 꿈'도 슬쩍 그려보던 시점. 백지선호는 다시 한 번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다. 지난해 11월 유로아이스하키챌린지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세계적인 강호 덴마크(4대7), 오스트리아(3대8), 노르웨이(1대5)에 3연패를 당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은 더 처참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 이후 치러진 채널원컵에선 그나마 선전을 펼쳤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백지선호는 '무'에서 다시 시작했다. 백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지 4년 째되는 '올림픽의 해' 2018년. 지난달 올림픽 최종 명단 25명을 확정한 뒤 진천선수촌에서 담금질을 해온 백지선호는 2월 1일부터 카자흐스탄과 두 차례, 슬로베니아, 러시아 평가전을 치렀다.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다. 지난 11일 강릉 선수촌 입촌 후에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향한 4년 간의 노력. 이제 그 결실을 볼 때가 왔다. 5일 오후 9시1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체코와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체코는 세계랭킹 6위의 강호. 한국과의 격차는 크지만 최근 전력 공백이 생겼다. NHL 시절 피츠버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공격수 야로미르 야거가 불참한다. 이어 공격수 밀란 굴라스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백 감독은 "야거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뛴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한 뒤 "체코는 체격이 좋고 스피드, 기술이 뛰어난 팀이다. 안양 한라의 체코 출신 감독 패트릭 마트리텍 감독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 경기에 뛸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갈 것"이라고 했다.

체코전 후 백지선호는 스위스(7위)와 17일 격돌한다. 그리고 18일엔 '세계 최강' 캐나다와 격돌한다. 4년을 묵묵히 달려온 백지선호의 올림픽 도전이 드디어 시작된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