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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진심인터뷰]'이상화 멘토'김관규 교수"평창金은 덤,넌 이미 금메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08 05:05




"상화야, 준비 잘하고 있지? 지나간 건 다 필요없어. 지금부터야. 파이팅!"

6일 오후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첫 훈련을 마친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평창 유니폼 차림의 중년 남성을 발견하더니 반색했다. 한달음에 총총 달려가더니 딸이 아빠에게 하듯 양팔을 벌려 덥석 안겼다. 얼음판에 환한 미소가 쏟아졌다. 김관규 용인대 교수였다. 김 교수는 8년전 이상화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이상화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평창올림픽에 현장에선 경기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경기위원장이다.

이날 강릉에 입성한 이상화는 한참을 선 채로 김 교수에게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진지한 표정이다 미소를 짓다 간간이 함박웃음도 터져나왔다. 부녀같은 사제의 수다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8년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던 김관규 교수와 이상화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어제 상화를 오랜만에 봤다. 독일 훈련 다녀와서 처음 봤는데 반갑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스승으로서, 빙상인으로서 이상화의 열렬한 서포터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애제자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준비 잘하고 있지? 지나간 건 다 필요없어. 지금부터야, 파이팅!" 월드컵 순위는 잊고, 올림픽 무대에서 진검승부하라는 응원이자 조언이었다.

김 교수는 이상화가 믿고 의지하는 스승이다.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웬만한 남자도 하기 힘든 스쿼트로 170㎏ 를 들어올리게 했다는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훈련 밖에 살 길이 없다고 믿었다. 그렇게 힘을 쓸 수 있으니 그런 폭발적인 스타트도 나오는 것"이라며 웃었다.

링크 안에선 양보도, 타협도 없는 호랑이선생님이었지만 링크 밖에선 아버지처럼 인자하고 따뜻한 어른이다. 김 교수는 "2004년 대표팀을 맡았을 때 휘경여고 다니던 이상화가 들어왔다. 지금처럼 선수도 많지 않을 때다. 남녀 한두 명씩 데리고 다니면서 밥 해먹이고, 찌개 끓여주고… 힘든 시기를 같이 겪으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고생한 끝에 상화가 세계선수권, 올림픽 금메달도 땄다. 내게도 상화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상화가 별로 안 떨린다고, 밴쿠버에서도 안떨었다고 하기에 '야, 우리가 그때 메달권이었냐?'고 농담했다"며 웃었다. "밴쿠버에선 모두 이규혁, 이강석을 주목할 때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소치 때는 부담을 좀 가졌겠지만 워낙 월등했기 때문에 무난히 해낼 것이라 믿었다"고 2연패 과정을 복기했다.

'올림픽 2연패' '세계신기록'도 위대하지만 이상화가 위대한 진짜 이유는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지난 10년간 세계 최정상권을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선수라는 점이다. 예니 볼프, 왕베이싱, 장 훙 등 라이벌 선수들이 수없이 명멸했지만 이상화는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김 교수는 "이런 선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제일 오래, 제일 잘 타는 스케이터의 비결을 묻자 김 교수는 "본인의 노력"이라고 즉답했다. "올라가는 것은 재능이지만, 지키는 것은 노력이다. 자기관리, 체력훈련이 되지 않으면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비범한 노력, 독한 정신력이 없었다면 평창까지 이렇게 정상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경기운영위원장을 밑고 있는 김관규 교수가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매의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평창올림픽 여자 500m 단판승부에 대해 '전문가' 김 교수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원샷원킬' 완벽한 스케이팅을 해야 한다.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상화는 워낙 레이스 경험이 많다. 500m를 가장 많이 탄 선수다.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결코 실수 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500m는 초반 100m가 승부처다. 100m에서 0.1초 이상 이긴다면 무조건 승리한다"고 봤다. "대표선발전에서 38초5를 탔는데 월드컵 후 동계체전에서 38초2를 탔다. 아픈 데도 없고, 기분도, 컨디션도 좋아 보인다. 무엇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안방' 아니냐"라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홈 그라운드 평창에서 올림픽 3연패 역사에 도전하는 이상화, 가장 높고 외로운 싸움을 감내해야 할 제자를 향해 김 교수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상화야, 이미 할 것 다했는데 뭘 또 더 욕심 내냐. 3연패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단한 일이다. 컨디션이 좋아서 금메달까지 딴다면 그건 '덤'이다. 메달 욕심 없는 선수는 없다. 선수는 메달이 욕심날 때 떨린다. 겉과 같은 여유를 속에도 단단히 품고 있기를. 상화야, 상화를 이겨라."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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