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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북한 쇼트트랙대표팀이다.
북한 쇼트트랙 선수와 윤 철 대표팀 감독은 지난 2일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첫 공식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5일까지 강릉 아이스 아레나와 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을 오가며 4일간 훈련을 이어갔지만 이들의 말 한 마디 듣기가 참 힘들다.
북한 선수단은 어느 곳을 가든 과잉보호를 받는다. 말 그대로 특혜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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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쇼트트랙이란 차량 푯말만 붙이고 다닌다. 자원봉사자들은 안에 누가 타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버스를 이동시키려다 군관계자와 정부관계자들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경호도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항상 경찰 두 개 중대가 일렬로 선수단의 퇴장 동선을 만든다. 이들의 경호를 위해 충청북도 경찰들도 차출돼 연습장 주위를 가득 메운다.
4일에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국내 취재진이 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에서 훈련을 마친 북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경호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지시하자 네 명의 요원이 좁디 좁은 믹스트존에 서 있는 취재진들 사이에 배치됐다. "이 분들은 누구냐"고 묻자 "근접경호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만 되돌아왔다. 그러더니 북한 선수단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며 안 그래도 좁은 공동취재구역의 공간을 줄여버렸다. 만일의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취재진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황당함은 5일에도 이어졌다. 빠르게 쏟아지는 질문에도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장광범은 믹스트존을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국내 취재진들이 허탈함을 느끼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불쑥 나타나 "북한 선수에게 그런 어조로 얘기하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취재 결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파견된 미디어 국장이었다. 이 국장은 "말이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다"며 계속해서 훈계식 발언을 했다.
엄연한 간섭이었다. 공동취재구역은 말 그대로 취재 공간이다. 규정은 있지만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분위기다. 또 할 말이 없는 선수에게 한 마디라도 듣고 대중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이 기자들의 숙명인 것을 스포츠에 관계가 없는 미디어 국장이 와서 체육기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남의 안방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하나의 국가일 뿐이다. 이런 과잉보호는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게 '외톨이'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넘치면 안 하느니 못하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