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침묵의 북한, 방통위 파견 미디어국장 北 과잉보호 논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2-06 01:12



침묵의 북한 쇼트트랙대표팀이다.

북한 쇼트트랙 선수와 윤 철 대표팀 감독은 지난 2일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첫 공식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5일까지 강릉 아이스 아레나와 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을 오가며 4일간 훈련을 이어갔지만 이들의 말 한 마디 듣기가 참 힘들다.

국내 취재진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훈련이 끝난 북한 선수들과 감독들을 목 빠지게 기다린다. 국제빙상연맹(ISU)는 선수가 믹스트존을 통과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베테랑 단거리 선수 최은성이 2일 부상을 한 뒤 3일 회복상태를 묻는 질문에 "상황을 지켜본 뒤 올림픽 출전은 선수의 의지에 달렸다"는 윤 감독의 한 마디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4일과 5일 훈련을 마친 뒤에도 국내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닫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물론 선수가 인터뷰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다만 북한은 '전세계인의 축제' 동계올림픽을 전혀 즐기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북한 선수단은 어느 곳을 가든 과잉보호를 받는다. 말 그대로 특혜 논란이다.


이동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특별히 제공된 전용 미니버스를 타고 다닌다. 그러나 북한 대표팀 외에 특별 버스를 제공받는 선수단은 없다. 모든 선수는 조직위에서 운영하는 선수단 셔틀버스를 타고 선수촌과 훈련장, 경기장을 오간다.

하지만 쇼트트랙이란 차량 푯말만 붙이고 다닌다. 자원봉사자들은 안에 누가 타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버스를 이동시키려다 군관계자와 정부관계자들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경호도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항상 경찰 두 개 중대가 일렬로 선수단의 퇴장 동선을 만든다. 이들의 경호를 위해 충청북도 경찰들도 차출돼 연습장 주위를 가득 메운다.

4일에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국내 취재진이 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에서 훈련을 마친 북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경호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지시하자 네 명의 요원이 좁디 좁은 믹스트존에 서 있는 취재진들 사이에 배치됐다. "이 분들은 누구냐"고 묻자 "근접경호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만 되돌아왔다. 그러더니 북한 선수단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며 안 그래도 좁은 공동취재구역의 공간을 줄여버렸다. 만일의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취재진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황당함은 5일에도 이어졌다. 빠르게 쏟아지는 질문에도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장광범은 믹스트존을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국내 취재진들이 허탈함을 느끼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불쑥 나타나 "북한 선수에게 그런 어조로 얘기하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취재 결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파견된 미디어 국장이었다. 이 국장은 "말이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다"며 계속해서 훈계식 발언을 했다.

엄연한 간섭이었다. 공동취재구역은 말 그대로 취재 공간이다. 규정은 있지만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분위기다. 또 할 말이 없는 선수에게 한 마디라도 듣고 대중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이 기자들의 숙명인 것을 스포츠에 관계가 없는 미디어 국장이 와서 체육기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남의 안방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하나의 국가일 뿐이다. 이런 과잉보호는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게 '외톨이'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넘치면 안 하느니 못하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