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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아빠회사 국대선생님!" 대한항공 초등학생 탁구교실 '열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05 18:14


양하은이
3일 오후 인천시 원당동 대한항공탁구단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임직원 초등학생 자녀 탁구교실에서 어린 제자에게 볼을 보내며 백핸드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국가대표 언니가 가르쳐주니까 확실히 달라요."

3일 오후 인천시 원당동 대한항공탁구단 체육관, '국가대표 에이스' 양하은(24)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백핸드 자세를 배우던 배수현양(9·김포 신풍초)이 생긋 미소 지었다. "아빠가 회사에서 신청하셨어요. 경쟁률이 엄청 셌는데 제가 뽑혔대요. 탁구요? 너무 재밌어요. 다음주엔 집에 있는 미니 탁구대로 연습하고 올래요."

배양은 2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이 겨울방학을 맞아 매주 토요일 총3회 코스로 시작한 '임직원 초등학생 자녀 탁구교실'에 무려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초등학생 자녀 30명을 대상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에 150명이 넘는 사내 신청자들이 몰렸다. '더 가까운' 탁구, '소통하는' 탁구를 고민하던 이석우 대한항공 스포츠단 부단장(상무)이 아이디어를 냈고, 김무교 감독이 이끄는 탁구단이 적극 호응하며 한겨울 '탁구교실'이 전격 성사됐다. 탁구를 사랑하는 임직원들의 참여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국가대표 선생님에게 배우는 생애 첫 탁구

국내 최강 실업팀이자 '전통의 명가'인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은 지난 1월에 열린 국가대표 상비1군 선발전에서 실업팀 중 최다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출전선수 6명 중 무려 4명(김경아 양하은 이은혜 지은채)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발전 직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쑤저우세계선수권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양하은을 비롯한 에이스들이 '어린이 제자'들을 위해 직접 라켓을 잡았다. 완전 초보 어린이들을 위해 라켓 잡는 법부터 탁구의 기본 자세, 스텝, 스윙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국가대표 선수에서 스포츠단 직원으로 변신한 심새롬 대리가 마이크를 잡고 현장 진행을 맡았다.



고학년반을 맡은 '깎신' 김경아는 노련했다. "자, 이렇게 경례하듯이 라켓을 이마까지, 좋아!… 배는 집어넣고…." 실력별 맞춤형 미션을 통해 동기를 부여했다. "오늘은 포핸드 10번까지 이어보는 거야. 하나 둘 셋 옳지!" 남다른 재능을 지닌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 선수 출신 어머니 노미화씨를 따라 탁구교실에 참가한 최성호군(13·서울 양천초)은 김경아 선생님의 원포인트 레슨이 반복될 때마다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탁구장에 10번 정도 가봤는데, 재미없었는데… 취미로 좀 치고 싶어졌어요. 국가대표 누나들은 스윙 폼이 달라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탁구선수를 꿈꾸는 박성현군(12·부산 동상초)은 이른 아침 부산에서 올라왔다. "2년 정도 탁구를 쳤다. 아이돌, 걸그룹보다 탁구가 제일 좋다"고 했다.




1~2학년 초등학생반을 맡은 '에이스' 양하은 선생님은 조근조근한 화법으로 눈높이를 맞췄다. 아이들을 직접 품에 안고 백핸드, 포어핸드 자세를 열심히 가르쳤다. 양하은은 "아이들을 가르쳐본 것은 처음인데 테이블로 공이 들어갈 때마다 내가 다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만, 혼자 운동하다가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3주 후까지 전원 포어핸드를 30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가르치겠다"며 눈을 빛냈다. " 여기서 탁구를 배운 아이들이 탁구를 더 좋아하게 되고 가족과 함께 경기장으로도 찾아오는 팬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도 빼놓지 않았다.


심새롬 대리

스윙, 포어핸드 연결 등 수업 첫날의 마무리는 어린이 맞춤형 스트레칭이었다. '대한항공 탁구단 체조 전문 트레이너' 김혜화씨의 유연한 시범에 30명의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펜스 밖에서 아이들의 탁구를 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지켜보던 대한항공 직원 '부모'들도 함께 팔다리를 쭉쭉 뻗어올렸다.

엘리트 탁구 선수들의 행복한 나눔,

2시간 반 넘게 아이들의 파트너를 자청한 '종윤-서윤 엄마' 김경아는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탁구를 배우는 모습이 너무 흐뭇하다. 탁구선수로서 받은 혜택을 회사와 팬들을 위해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체육교사인 남편 박명규씨의 학교에서 이미 수차례 재능기부를 한 '유경험자'답게 후배들에게도 '탁구나눔'을 적극 권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일을 더 자주, 더 많이 해야 한다. 운동만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많은 이들과 탁구를 나누면서 선수들이 오히려 배운다.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직접 행사를 지켜본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전무는 탁구를 통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탁구만 하던 선수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회사 임직원 가족과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면서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저변이 넓어지고, 여기서 더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 엘리트 선수의 나눔을 통해 탁구도 홍보하고, 건강도 지키고, 좋은 선수도 찾아낼 '일석삼조'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조양호 회장님(대한탁구협회장)도 최근 스포츠를 통해 어린이, 노년층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강조하신다. 탁구 관련 행사, 일반 동호인들을 위한 대회도 더 많이 열려야 한다. 우선 임직원 자녀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늘 작은 시작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 제주 등 지점에서도 벌써부터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향후 탁구단과 논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행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무교 대한항공 탁구단 감독은 "대한항공이 우승도 많이 한 '탁구 명가'지만, 팬 서비스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평소 선수들이 마음으로에 품었던 생각이 현실이 됐다. 사무국에서 잘 기획하고 진행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고 성적을 낸 우리 선수들이 오늘 어린이들과 땀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웠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성적뿐 아니라 팬들과 함께하는 대한항공 탁구단이 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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