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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사이언스]평창,그날을 위해 준비된 윤성빈의 다리, 최재우의 심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1-30 17:07 | 최종수정 2018-01-31 05:35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열흘 앞둔 30일, 서울 공릉동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포츠과학지원 기자간담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0.001초를 다투는 살얼음판 승부, 동계 종목에서 스포츠 과학은 힘이 세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스포츠개발원은 '메달밭'으로 꼽히는 빙상종목 외에 봅슬레이, 스켈레톤, 프리스타일 스키 등 사상 첫 메달이 기대되는 설상 종목에 집중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평창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두 청춘, '스켈레톤 괴물' 윤성빈(25·강원도청)과 '모굴스키 스타' 최재우(24·한체대)의 이유 있는 폭풍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데이터는 흥미로웠다.


'괴물' 윤성빈의 다리: 2차 시기가 더 빨라진 이유

한국스포츠개발원 민석기 연구위원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과 협업해왔다. 민 위원이 제시한 기록 데이터를 보면 올시즌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평창을 빛낼 스타 1순위로 지목되는 '괴물' 윤성빈의 성장이 이해된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종목에 있어 스타트의 몫은 절대적이다. 폭발적인 스퍼트가 필요한 만큼 썰매의 속도를 감당할 순발력, '난공불락' 하체의 근력이 절대적이다. 100m 달리기 기록과 서전트 점프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윤성빈의 100m 기록은 2016년 11초64에서 2017년 11초06으로 0.58초 줄었다. 15m 기록은 2016년 2.40초에서 2017년 2.14초로 0.26초 줄었다. 고등학교 시절 농구골대까지 뛰어오르는 서전트 점프 덕분에 강광배 감독에게 발탁된 윤성빈의 2016년 서전트 점프 기록은 1.07m에 달한다.

민 위원은 코칭스태프와 협업을 통해 선수들 각각에 맞는 체력 프로그램을 부여했다. 구강상피세포에서 DNA를 채취해 근육의 성질에 맞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윤성빈, 서영우, 원윤종처럼 근육이 잘 생기는 '속근'(단거리용 순발력) 타입 선수들의 경우 중량과 횟수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 지근(장거리용 지구력) 타입의 선수에게는 운동 강도를 낮추는 대신 횟수를 늘렸다. 격렬한 훈련 직후 회복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동적회복(최대 강도의 40% 수준의 조깅)과 찬물 침수법(10도 수온에서 5분 담그기)을 동시에 시행해 효과를 극대화 했고, 전신 바이브레이션 장비도 도입했다.

윤성빈의 경우 1차 시기에 비해 2차 시기 기록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다리', 좌우의 밸런스를 만드는 일이 절대적이었다. 윤성빈은 왼쪽 허벅지 앞 대퇴사두근이 유난히 발달했다. 왼쪽 허벅지 뒷근육 햄스트링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대퇴 4두근 기준 뒤쪽 햄스트링 근육 비율이 오른쪽은 61%에서 69%로, 왼쪽은 42%에서 50%까지 신장됐다.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3개월 실시한 결과, 윤성빈의 몸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달라진 몸만큼 자신감이 붙었고, 경기력도 확연히 달라졌다. 24.8인치(63cm)에 달하는 강철같은 허벅지 근육은 썰매의 가속도를 너끈히 이겨낸다.

스켈레톤 종목은 시작이 반이다. 윤성빈의 스타트는 올시즌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구간 승부를 결정짓는 첫 3걸음에서 가속도를 따라 1.38m→1.57m→1.79m로 보폭이 늘어났다. 바이브레이션 장비를 사용하면서 회복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결과 1차 시기에 비해 2차 시기에 0.02초 정도 밀리던 기록이 올시즌 0.01초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총 0.03초를 줄여냈다. 소치올림픽에서 16위, 미완의 대기였던 그가 올시즌 라이벌 마틴 두쿠르스(라트비아)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우뚝 선 이유다.


최재우 ⓒAFPBBNews = News1

'모굴스타' 최재우의 심리: 챔피언 기질 다분 '천천히 가자'

'심리전문가'인 황승현 연구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지원해온 '모굴스키 스타' 최재우의 내적 성장을 언급했다. 최재우 역시 평창이 가장 주목하는 라이징 스타다. 올시즌 국제무대에서 세계 3~4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메달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황 위원은 "최재우는 챔피언 기질이 있는 선수"라고 단언했다.

황 위원은 "슬럼프 때부터 쭉 지켜봐왔다. 최재우는 분명 챔피언 기질이 있다"고 했다. "첫째,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상당히 높다. 둘째,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열망'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런 챔피언 기질 때문에 과속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처방전도 잊지 않았다. "최재우 선수에 대한 심리 지원을 하면서 모토는 '천천히 가자'였다"고 귀띔했다. "최재우는 준비된 선수다. 평창을 앞두고 기술적, 체력적, 심리적으로 정말 잘 준비됐다"고 평가했다.

신체, 생리적 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수치화하는 '바이오 피드백'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도 이어갔다. 대화를 통한 상담 외에 일정한 속도의 청각 자극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타이밍을 조절하는 '인터랙티브 메트로놈(IM)'도 도입했다.

최재우는 기술, 실력뿐 아니라 내적 성장도 거듭했다. 황 위원은 "작년 여름 훈련이 없을 때도 최재우 스스로 태릉선수촌에 와서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차도 팔았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다. 복장도,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저는 긍정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이 성큼 다가온 예민한 시기, 황 위원은 문자 조언을 통해 최재우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다독인다. "재우는 열정적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내 방문을 가장 많이 노크한 선수다. 단언컨대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선수"라고 말했다. "메달권을 목표 삼고 있다. 자존감이 높고 목표 의식도 뚜렷한 선수다. 해낼 것이라 믿는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태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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