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의 기린아 이상호, 50일 메달 포인트 배추보이→강심장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12-20 15:52


배추보이 이상호의 성장, 왼쪽은 사북초 시절 뉴질랜드 전지훈련 모습, 오른쪽은 성장 후 국가대표가 된 이상호. 사진제공=대한스키협회

한국 스키는 동계스포츠 종목 중 '변방'으로 쪼그라져 있다. 우리나라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총 53개(금 26, 은 17, 동 10)의 메달을 땄지만 스키를 중심으로 한 '설상' 종목은 단 하나의 메달도 보태지 못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메달을 빙상 그중에서도 쇼트트랙에서 쓸어담았다.

'배추 보이' 이상호(22·한국체대)는 우리나라 스키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 톱 수준에 도달한 기린아다. 그는 내년 2월 홈(보광 스노 파크)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 출전한다. 설상 종목 중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1순위 태극전사다.

전문가들은 "이상호의 테크닉은 세계 톱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게 향상됐다. 3년전까지만 해도 60위권 밖에 머물렀던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랭킹이 해를 거듭할수록 올랐고 올해 20위 이내로 진입했다. 20일 현재 이상호는 평행 대회전 랭킹 10위, 평행 회전 15위를 마크했다. 현재 1위는 스위스 네빈 칼마리니(평행 대회전), 이탈리아 로란드 피시날레르(평행 회전)다.

이상호를 지도하고 있는 이상헌 대표팀 총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남은 50일, 이상호는 부상 없이 '강심장'으로 중무장하는 과정을 밟아갈 것이다. 보드 테크닉에선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호의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랭킹 변화 추이 제공=FIS
스노보드 평행 대회전은 작은 변수 하나로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이다. 예선을 통과해 16강에 오를 경우 누구라도 우승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기술적으로 완성된 톱 랭커들간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평행 대회전은 16강전부터 예선 성적에 따라 2명씩 맞대결을 펼친다. 무조건 상대 보다 빨리 피니시라인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이때 상대의 레이스를 눈으로 체크하면서 동시에 겨룬다는 점이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대한스키협회는 이상호를 비롯한 국가대표들에게 심리전문가들을 붙였다. 그들은 "이상호의 멘탈은 강하다. 자부심이 강하고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하지만 아직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고 더 노련해져야 한다. 토너먼트에선 상대에게 위축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는 이상호에게 평창올림픽은 홈의 이점을 갖는 동시에 부담도 느낄 수 있다. 그는 관심과 기대가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걸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 실감했다고 한다. 이상호는 이달초 독일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기대치를 끌어올린 후 출전했던 세 차례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모두 토너먼트 첫 관문인 16강서 패하고 말았다. 크리스토프 믹(이탈리아)에게 1.5초 차, 실비앙 뒤푸르(프랑스)에게 0.03초 차, 라도슬라프 얀코프(불가리아)에게 0.12초로 졌다. 이상헌 감독은 "유로파컵 우승 이후 (이)상호는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미세하게 월드컵 레이스에서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이상호는 요즘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달말 유럽으로 출국,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등지에서 최대 6차례 월드컵 레이스를 갖는 것으로 평창올림픽 준비를 마친다. 전문가들은 "이상호가 1월 월드컵 경기에서 포디움(입상)에 한 차례 이상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신감을 갖고 평창 슬로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2위(2017년 3월 터키 평행 대회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FIS 랭킹

PGS(팽행 대회전)

순위=선수

1=네빈 칼마리니(스위스)

2=로란드 피시날레르(이탈리아)

3=안드레이 소볼레프(러시아)

10=이상호

PSL(팽행 회전)

순위=선수

1=로란드 피시날레르

2=에드윈 코라티(이탈리아)

3=드미트리 로지노프(러시아)

15=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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