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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A대표팀 코치(37)는 현역 시절 '폭주기관차', '차미네이터', '차이콘(차두리+마이콘)' 등 다양한 별명을 가졌다.
이들 별명 모두 폭발적인 에너지와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특징을 재치있게 묘사한 것이었다.
그런 차 코치가 별명과 정반대로 느릿느릿 달리고도 큰 박수를 받았다. 아마 걸음마를 뗀 이후 이렇게 느림보 러닝을 한 적은 없었을텐데 감동은 백배였다.
'폭풍질주' 차 코치와 '기적의 축구선수' 신영록(30)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현장에서 보여준 장면이다.
국가대표 유망주 공격수였 신영록은 2011년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 하지만 46일 만에 의식을 되찾아 그라운드에 다시 서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굴의 재활에 도전 중인 '기적의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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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제주를 거쳐 4일 부산에 도착했을 때 봉송을 이어나갈 여러 주자 가운데 차두리와 신영록이 참가했다. 코카-콜라가 성화봉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짜릿한 꿈과 희망을 응원하기 위해 선정한 그룹성화봉송 주자의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차 코치가 신영록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성화봉송의 주된 의미, '꿈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신영록이 제격이었다. 의학적 소생 가능성 0.3%의 '불가능'을 딛고 축구장(2015년)과 야구장(2017년)에서 시축-시구자로 나서는 등 6년째 인간승리 드라마를 연출하는 중이다.
현역 시절 별명이 '영록바(신영록+드로그바)'였던 신영록은 지금 불편한 몸동작으로 걷다시피 뛰는 것도 힘들지만 차 코치와 함께 가슴 뭉클한 레이스를 펼쳤다. 부산 사상구의 약 200m 구간에서 차 코치는 신영록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 부축해주고, 서로 손을 꼭 잡으며 부산 시민들에게 희망의 불꽃을 전했다. 신영록에게는 200m가 2㎞만큼 멀고도 고난의 시간이 필요한 거리였을테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완주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두리 파이팅!", "신영록 잘한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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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코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재활에 나서는 신영록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신영록의 새로운 꿈인 '축구 감독'을 향하는 길에 많은 분들이 짜릿한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영록은 "두리 형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통해 꿈을 응원해 준 만큼 꼭 꿈을 이루고 싶다"며 "두 다리로 그라운드에 서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날을 꼭 이뤄서 짜릿한 희망과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성화봉송을 함께 해 온 코카-콜라는 짜릿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로 구성된 '드림멘토'를 구성해 101일간의 성화봉송 여정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