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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4층에 위치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투게더 위 캔(Toghther We Can,함께하면 할 수 있다)', '일필휘지' 붓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투게더 위 캔'은 나 의원의 분신같은 구호다. 2013년 1월 평창스페셜올림픽의 슬로건이었던 이 구호는 나 의원만의 '스페셜'한 브랜드이자 스토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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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원은 올해 초 IPC 집행위원 불출마를 선언했다. 뜻밖이었다. 지난 4년의 열정에 비추어 충분히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나 의원은 "사실 많이 고민했다. 성격상 뭘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름만 걸어놓고 최선을 다하지 못할 일은 맡지 않는다"는 소신을 전했다.
나 의원은 지난 4년간 진심을 다해, 뚝심 있게 일했다. IPC 집행위원으로서 지난 4년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개발도상국과 함께하는 패럴림픽 운동'이다. 직접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득했다. "KOICA내에 장애인스포츠 정책이 전혀 없었다. KOICA와 IPC 아지토스재단의 MOU를 추진했다. 국회에서 지난 4년간 8억3454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개도국 장애인선수들을 초청해, 스포츠 유스캠프(KPC Youth Para Sports Camp)를 열었다. 첫 장애인 국제 스포츠 포럼, 지도자 파견 등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6월 이천, 대구 등에서 열린 유스캠프에 아프리카 아시아 10여 개국, 100여 명의 장애인 유소년 선수들이 참가했다. 지난 7월, 캄보디아에 장애인 양궁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 파견도 시작됐다. 나 의원은 "개도국을 돕는 한편, 장애인 스포츠인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보람 있는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 '스포츠와 활기찬 사회구현 위원회(Sport and Active Society Commission)'의 멤버로도 활동하며 '모두를 위한 스포츠' 정책 입안에 목소리를 냈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중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과 함께 장애인 스포츠 포럼도 처음으로 개최했다. "개도국 지원에 있어 KOICA와 스포츠 포럼, 두 틀을 통해 장애인 스포츠 종주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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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임기 내내 나 의원은 풍부한 국회의원 경험과 '국제 외교통상위원장' 출신의 소통력을 발휘해 IPC 내에서 할 말을 다했다. '개혁파'로서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IPC는 좀더 선진화된 조직이 돼야 한다. 사람에 의한 조직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인으로서 시스템에 의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법제 개편, 정관 정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 일부 개정의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진행돼온, IPC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에는 거침없이 제동을 걸었다. IPC총회의 국가별 자리 배정도 '알파벳순'으로 공정하게 바꿔놓았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의 역할과 권리를 역설했다.
나 의원은 "우리는 이제 국제 스포츠사회에서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바뀌었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국제단체는 미국, 유럽 주도로 이뤄진다. 우리도 뒤에서 재정적 지원만 해서는 안된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역할을 하고, 장애인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도 15년 전 무릎 꿇는 엄마였다"
나 의원은 최근 특수학교 설립 이슈에 즉각적,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릎 꿇은 동영상'이 나온 직후 '엄마' 나 의원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통해 여론을 결집하고, 지난달 18일 국회 의정활동에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교육부가 특수학교를 현재 174개교에서 192개교로 18개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것은 신설 계획이 아니라 원래 하기로 돼있었던 것"이라면서 "결국 진정성이 문제다. 장애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2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도 면담해 특수학교 부족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나눴다.
나 의원은 "우리 딸이 나를 바꿔놓았다. 나에게 '가르침'을 줬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안정적인 법률가의 길을 떠나, '파란만장' 정치인의 길, 장애인체육의 길에 뛰어든 건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 유나와 우리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다. "나 역시 15년 전, 유나를 들쳐업고 이 유치원, 저 유치원을 다니며 입학시켜 달라고 사정했다. 스무 군데 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닌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아의 부모는 '죄인' 아니면 '투사'가 된다.
'투게더 위 캔'은 그녀의 한결같은 슬로건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2013년 스페셜올림픽부터 3년째 이어온 슈퍼블루마라톤, 4년간의 IPC집행위원 활동, 특수학교 문제에 이르기까지 '투게더 위 캔'의 초심은 그대로다.
'우리 대한민국이 패럴림픽을 비롯한 장애인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패럴림픽 무브먼트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하면 할 수 있습니다. Together We Can!' IPC집행위원 4년 활동을 마무리하는 그녀의 SNS 마지막 인사 역시 처음처럼 '투게더 위 캔!'이었다.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