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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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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탁구를 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진짜 떨렸어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에코파크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에리사랑 '시니어' 탁구대회,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47)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식전 스페셜 이벤트로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IOC위원과 세기의 맞대결을 펼쳤다. 딱 하루 레슨 받았다는 최 대사의 탁구 실력은 상당했다. 유 위원의 볼을 '똑딱똑딱' 거침없이 받아쳤다. '엣지'의 행운까지 따르며 먼저 2점을 따냈다.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뜻밖의 랠리, '대사님'의 파이팅에 50대 이상 탁구 동호인들의 뜨거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흥미진진한 매치를 마친 후 최 대사와 유 위원이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부임한 최 대사는 1961년 한국-호주 수교 이후 첫 한국계 호주대사다. 네 살 때 호주로 이민간 후 시드니대-모나시대 대학원을 거쳐 호주 외교통상부, 총리 내각실, 뉴욕 유엔 호주대표부 참사관, 덴마크 호주대사로 일하며 튼실한 외교관 경력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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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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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 전 의원, 제임스최 주한 호주 대사 부부, 유승민 IOC위원, 사진제공=이에리사휴먼스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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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사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이름 높다. 이날 행사에는 호주에서 이에리사배 탁구대회를 개최해온 이에리사 의원과의 오랜 인연으로 참가했다. 탁구를 사랑하는 아내 조앤 리씨(46)도 함께였다. 최 대사는 축사를 통해 "이에리사 의원님은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서 탁구를 통해 스포츠 외교활동을 펼쳐오셨다. 특히 호주 이에리사배 대회는 2015년부터 뉴사우스웨일즈주 공식대회로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호주와의 같한 '핑퐁'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대사는 최근 유 위원과의 '세기의 맞대결'을 앞두고 탁구 연습에 매진중인 훈련 영상을 SNS에 올렸다. 맹훈련에 돌입한 라이벌의 모습에 유 위원이 '긴장되는데요' 한줄 댓글을 달았다. 시범 경기 후 최 대사는 랠리 영상을 올린 후, 한글로 '#탁구 꿈나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탁구는 어릴 때 쳐보고 최근 조금 연습했는데, 테니스를 좋아하고 잘 치다보니 손끝에 감각이 좀 살아 있는 것같다"며 웃었다.
최 대사는 '빅매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의 그'를 키운 스포츠의 가치를 설파했다. "요즘 각 대학에서 리더십 강의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학생들이 '리더십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스포츠를 통해 배웠다'고 답한다"고 했다. "외교관으로서의 리더십은 공부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정치계나 외교가에서 배운 것도 아니다. 나는 리더십과 팀워크를 어린 시절, 학교에서 스포츠를 통해 배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체 운동인 축구, 럭비를 통해 팀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동료들과 함께 이겨나가야 하는지, 존중과 배려, 관계의 리더십을 배웠다"고 말했다. 다소 느리지만 분명한 한국어로 체육의 가치를 설파하는 '호주 대사님'의 스포츠 사랑은 인상적이었다.
만능 스포츠인인 최 대사는 마라톤 마니아이기도 하다. "개인운동으로는 마라톤을 즐긴다. 외교관이 된 후 부임지의 대표적인 마라톤은 꼭 뛰어보려고 한다.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마라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뉴욕, 보스턴, 퀘백 등 전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7번(42.195㎞)이나 완주한 철인이다. "7번의 준비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런 경험들을 일상 생활과 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과의 빅매치 후 돌아서는 최 대사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올림픽 챔피언과 탁구를 치다니, 이런 기회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떨렸어요." 올림피언을 향한 '팬심'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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