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현지인터뷰]'새 역사' 김국영 "런던에서 틀을 깼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08-07 15:19


김국영이 런던 명물 세인트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에게 2017년 런던은 어떤 의미일까.

김국영은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단거리 종목인 100m에서 준결선에 올랐다. 쾌거였다. 하지만 준결선에서는 실패했다. 10초 40. 자신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이자 한국신기록인 10초07에도 미치지 못했다.

복잡 미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김국영에게 런던이란?"

실망 그리고 반성

김국영은 실망을 이야기했다. 준결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이뤘지만 기록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

"새벽까지 주무시지 않고 보신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게 실망했어요. 기회를 얻었는데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 날려버렸어요."

반성이 이어졌다.


"잠도 별로 못잤어요. 제가 뛴 모습을 계속 돌려봤어요. 그리고 하나를 느꼈어요. 스타트였어요. 그동안 저는 스타트가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 덕분에 30m정도까지는 선두를 유지하죠.."

말그대로다. 김국영의 강점이 바로 스타트다. 예선과 준결선 모두 조에서 최고로 빠른 반응속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고민이 시작되는 부분이 여기서였다. 예선과 준결선 모두 후반부에 고전했다. 그 이유를 스타트에서 찾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냥 후반부가 많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치르다보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제 스타트가 빠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나랑은 다른 스타트를 하더라고요. 후반부에 폭발력을 유지하기 위한 스타트였어요. 이제 돌아가서 스타트부터 다시 손을 볼 생각이에요."

어쩌면 도박이다. 김국영은 말 그대로 '쾌조의' 스타트를 통해 기록을 줄여나갔다. 2010년 6월 김국영은 10초31을 뛰었다. 고 서말구 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1979년 작성했던 한국기록(10초34)을 갈아치웠다. 1시간 30분 후 준결선에서 김국영은 10초23을 기록했다. 0.08초 앞당겼다. 빠른 스타트가 원동력이었다.

올해 들어 김국영은 다시 한국신기록을 다시 갱신했다. 6월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10초13, 그리고 10초07을 뛰었다. 보폭을 늘려 걸음수를 줄였다. 파워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김국영의 특기인 '쾌조의 스타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 그가 스타트를 고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스타트에 신경을 썼으면 저보다 분명 빨랐을 거에요. 다들 후반부에서 폭발하기 위해 스타트를 조절한 것이에요. 이제 스타트의 목적을 바꿀 거에요. 단순히 빠른 스타트가 아니라 후반에도 가속을 붙여서 계속 밀고 나갈 수 잇는 스타트 주법을 완성할 거에요."


김국영이 런던 명물 세인트폴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틀을 깨는 대회

그동안 김국영에게 큰 대회는 아픔 그리고 허탈감 그 자체였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에서 실격했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10초48로 예선탈락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10초37로 준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예전에는 큰 대회마다 아쉽고 허탈함만 느꼈어요. 딱 거기까지였어요."

이번 대회는 의미가 남달랐다. 아쉽기는 했지만 허탈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정형화된 틀을 발견했어요. 그 틀을 깨부술 시간이 된 거에요. 새로운 것에 도전할 거에요. 더 큰 발전을 위한 변화에요. 저의 100m를 바꿀 터닝포인트에요. 바꿨을 때 어떤 결과가 기다릴 지 지금부터 기대되네요."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내년에 있을 아시안게임 때문이다. 김국영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10초35에 그쳤다.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홈에서 결선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치욕이었다. 이후 아시안게임을 향해 달려왔다.

이제 어느정도 근접했다. 10초07. 2014년 아시안게임 결선에 대입한다면 은메달을 딸 수 있는 기록이다 10초0대의 기록만 나와준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해볼만하다.

"중국의 쑤빙텐은 이제 9초대를 뛰어요. 10초0대는 거뜬하지요. 여기에 일본에도 10초0대를 뛰는 선수가 6명이나 있어요. 그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역시 육상의 꽃은 100m에요. 제가 지금 100m 국가대표로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해요. 그래야 우리나라 육상도 발전할 수 있어요. 이번 아시안게임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꼭 메달로 보답하고 싶어요."

그를 위해 보완해야 할 것도 알고 있었다. 바로 '국제 무대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대한 많이 국제대회에 나갈려고 해요. 월드챌린지나 다이아몬드 리그에 나설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흑인들이 많이 뛰는 경기에서 몸을 부딪히고 싶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세계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싶어요. 차근차근의 힘을 믿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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